부부가 함께한 동남아 배낭여행 8
나와 비슷하거나 윗 연배의 사람들에게 "사이공"이라는 지명은 뭔가 향수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김상사"가 떠오르는 사람도 있겠고. 내게는 멀고 따뜻한 "남국"의 이미지가 "사이공"이란 지명에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호찌민으로 도시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도시 중심부는 사이공이라 불린다. 베트남보다는 월남이, 호찌민보다는 사이공이 더 친숙하다. 어릴 적 기억의 영향이다. 왠지 친숙하고 왠지 아련한 느낌의 도시 사이공에 도착했다.
사이공의 첫인상은, 내 의식 속에 그리던 그런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내가 상상했던 분위기와 거의 일치하는 도시였다. 태국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와 같은 이웃한 인도차이나 국가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아마도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사이공에 대한 잔상이 너무 강렬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도 베트남은 다른 이웃국가들과는 차이가 있다. 유교문화권으로 중국의 영향이 강했기에 이웃한 국가들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처음 베트남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두드러진 이미지는 아마도 오토바이의 홍수가 아닐까 싶다. 밤늦게 도착해서 호텔에 체크인해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호텔 문을 나선 우리를 맞아준 것은 끝없는 오토바이의 물결이었다.
도로는 저 많은 오토바이들이 자동차와 뒤엉켜 용케 잘도 다닌다. 사람들도 저 오토바이 물결을 뚫고 대로를 담담하게 건넌다. 이렇게 끊임없는 오토바이 행렬을 뚫고 길을 건너기란 매우 난감하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길 건너기가 매우 어렵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현지인들을 졸졸 따라서 어렵사리 길을 건넜는데, 차차 익숙해지면서 한결 길 건너기가 수월해진다. 천천히 길을 건너면 오토바이들이 알아서 사람을 잘 피해 간다.
이 건물은 인민위원회 청사인데 야경이다. 시청사로도 불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배를 오래 받은 베트남이기에 시내에 프랑스풍 건물이 많다. 식민지배 시절 지배자들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신감이겠다. 우리는 자력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기에 아직도 얽힌 실타래가 많지만, 자력으로 외세를 모두 물리친 베트남은 당당할 수 밖에.
이곳은 중앙우체국이다. 역시 프랑스풍의 아름다운 건물이다.
중앙우체국 내부인데 외관만큼 아름답고 분위기 있다. 이곳에서 엽서 몇 장을 사서 기념으로 한국의 지인 몇 명에서 보냈다.
노트르담 성당이다. 파리에만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공에도 있다.
통일궁 인근에 위치한 식당이다. 심지어 식당도 이렇게 프랑스풍 건물이다.
시내 곳곳에 이런 건물들이 많다. 얼핏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사이공의 대표적 시장 중 하나인 벤탄시장이다. 여기에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어서 호찌민에 왔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기에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기에 좋다. 동남아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짝퉁 제품들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오메가 시계를 엄청난 가격인 20불 정도에 살 수 있다. 물론 짝퉁이고 흥정을 매우 심하게 해야 하며, 품질도 절대 보장받지 못하니 구경만 하는 것이 좋다. 똑같은 시계를 호텔 근처 상점에서 무려 50불에 팔고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흥정하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항상 발품을 팔고 정보를 수집하고 쓸데없는 충동구매는 자제하는 것이 상책이다.
벤탄시장에서는 유명한 베트남 커피를 비롯해서 루왁커피 등도 팔고 있으니 커피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 들러볼 만하다. 사실 그냥 구경만 해도 시장은 즐거운 곳이기에 꼭 들러서 구경해볼 곳이다. 차고 갔던 시계의 바테리가 다되어 멈춰서는 바람에, 짝퉁 최신 모델 시계를 8불이나 주고 사서 차고 다녔는데, 여행 중에 요긴히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