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공주는 왜 총리에 출마했나?
태국 정치는 여전히 흥미롭다. 최근 태국 국왕의 누나인 우본랏 공주가 현 국왕의 반대 세력인 타이락사차트당의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국왕의 누나가 왜 국왕 반대 세력의 후보자로 나섰을까? 복잡한 정치 역학이 있다.
태국 정치 지형은 크게 두 개의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 국왕을 추종하는 현 집권 세력인 군부를 중심으로 한 왕당파 소위 "옐로셔츠"라 불리는 세력과,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전 총리 탁신 친나왓을 중심으로 하는 서민파인 "레드셔츠" 두 개의 세력이다. 입헌군주제를 표방하는 태국이지만 왕실은 항상 정치적 영향력의 중심에 서 있었고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 얼마 전 타계한 푸미폰 국왕은 왕실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여 사실상 왕정국가를 통치한 것이나 진배없었다.
전임 푸미폰 국왕이 타계하고 왕위를 계승한 현 국왕 와치랄롱꼰은 군부와 손을 잡고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버지 푸미폰 국왕에 비해 국민적 인기와 신망이 현저히 낮은 현 국왕은 군부의 지지가 없으면 국왕 자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왕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현 국왕에 비해 신망이 높은 우본랏 공주가 자신이 직접 권력의 전면에 나서는 배경이 된다. 비록 군부 쿠데타에 의해 실각하고 현재 해외를 유랑하고 있지만, 레드셔츠의 핵심인 탁신 전 총리의 인기는 서민들 사이에서 아직도 절대적이기에, 우본랏 공주가 탁신 세력과 손을 잡으면 권력을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출마를 철회한 것으로 보아, 아직 군부의 상황 통제가 유효하다고 보인다.
태국 정국은 레드셔츠와 옐로셔츠의 대립이 언제건 다시 격렬하게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억눌려온 서민층의 불만이 높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리가 왕당파 군부 쿠데타로 실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에 그만큼 쌓인 불만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평온하지만 태국 정국은 늘 살얼음판이다.
참고: 비련의 태국 총리
https://brunch.co.kr/@incheonoldtown/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