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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Sep 27. 2021

인천의 짜장면 맛집 1

매우 주관적 관점의 중국집 평가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인천 토박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차이나타운이 있는 중구 동인천, 신포동 일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중국집과 친해질 수밖에 없고, 일정기간 중국음식을 먹지 못하면 금단현상이 생긴다. 


짜장면, 특히 간짜장은 외국에 나갔다가 오면 귀국하자마자 먹는 음식이다.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는 생각에 외국에 나가면 더욱 금단현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짜장면은 내게는 소울 푸드이다. 그런데 내 입맛에 맞는, 단골로 다니던 중국집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 


간짜장에 당연히 있어야 할 계란 프라이가 없는 집도 많아졌고, 삶은 계란 반쪽을 올려주는 경우도 있다. 계란 프라이가 없는 간짜장이라니! 안타까운 일이고,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익숙한 단골집이 없어져가니, 내 입맛에 맞는 집을 새로 찾아 나서야 한다. 원래 늘 다니던 집만을 다니는 편이라 알고 있는 짜장면 맛집의 수가 별로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나 인터넷 사이트에 떠도는 맛집 평가를 보게 되는데, 나의 입맛에는 불만족스러운 곳이 많다. 아무래도 인터넷의 평은 젊은 사람들 취향이 많다 보니 그런 듯하다. 


그래서 내 입맛에 맞는 집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아울러 인터넷의 평가와 나의 평가가 매우 다른 집들에 대한 평도 정리해본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고 지극히 개인적 취향인데, 그래도 보편에서 매우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스스로 자평해본다. 


무엇보다 인천 토박이들에게 가장 유명한 중국집 하면 꼽을 수 있는 "진흥각" "중화루" "신성루"에 대한 개인적 평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이겠다.



1. 진흥각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는 집이 진흥각이다. 나의 오랜 단골집이었는데, 몇 년 전 주인이 바뀌고 나서는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주방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내 입맛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진흥각 매니아였던 주위 사람들의 평도 동일한 것을 보면, 나만의 주관적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인 바뀌기 전 진흥각 메뉴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이 "삼선짜장면"이었다. 코스 요리를 먹으면 식사로 나오는 짜장면은 그냥 짜장이라, 코스 요리를 먹을 때 식사는 삼선짜장으로 해달라고 주문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예전에 찾던 그 맛이 아니어서 더 이상 짜장면을 먹으러 진흥각에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형편없다는 것은 아니고, 그래도 평균 정도는 되겠지만 과거의 그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말이다. 


오래된 단골집의 장점은 주인과 종업원들 모두 나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알아서 척척 해주는 것인데, 진흥각은 수십 년 단골집이라 항상 편안했고 무엇보다 엄청난 가성비로 늘 만족을 줬던 단골집이었다. 


그런 단골집을 버리고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고 있으니 진흥각 앞을 지날 때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타지에서 지인이 오면 항상 데리고 갔고, 열이면 열,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집이었다. 그런 집이었는데 주인 바뀌고 나서 정말 묘하게도 뭔가 내 입맛에 부족하게 느껴지고, 진흥각에서 가족 모임을 하고 나서 식구들 모두 맛이 너무 달라졌다고 혹평을 했고, 그 이후로는 발길을 끊었다. 


예전 진흥각의 음식은 삼선짜장면 뿐 아니라 다른 메뉴도 모두 훌륭했었다. 짬뽕도 맛있었고 탕수육은 정말 탁월했었다. 류산슬, 팔보채 등 해산물 요리도 훌륭했다. 다만 볶음밥은 그냥 평균 수준이었다.


화교 남매가 운영을 했었고, 오랜 단골손님들은 주인 남매와 어린 시절 추억까지 공유하던 그런 곳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주인이 바뀌었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근에 주인이 거주하던 살림집도 처분하고 이사를 갔는데, 그 집은 중국집 "텐류"로 리모델링이 되어서 성업 중이다. 


최근 진흥각의 인터넷 평을 보면 매우 후한 평이 많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니 과거의 명성이 그렇게 퇴색되지는 않은 듯하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고 안타까운 집이지만.


2. 중화루


중화루는 진흥각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집으로 인천 토박이들 사이에 단골이 많다. 개인적으로 중화루는 내가 선택권이 있을 때 찾은 적은 없고, 모임 장소로 정해졌을 경우 가곤 했다. 그러나 중화루도 매니아 층이 있어서 중국집 갈 때는 오직 중화루만 가는 사람이 꽤 많다. 


이렇게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하고 단골이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만 몇 번 다녀본 경험으로 내 개인적 입맛에는 썩 부합하지 않아서 찾지 않을 뿐이다. 


인천 중구의 유명 중국집은 대부분 배달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달을 시켜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무명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중국집 중에서 맛이 뛰어난 집은 드물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유명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는 곳이 생겨났다. 중화루도 그중 한 곳이다. 


어느 날 배민에 중화루가 올라온 것을 보고 간짜장을 주문했는데, 다른 배달집의 간짜장보다는 한 수 위의 맛이다. 역시 오랜 역사의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일이 있으면 다른 곳보다는 우선 중화루에 주문할 것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이다. 


얼마 전에 중화루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한다. 한때 반짝 줄을 대서더니 요즘에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한 인기는 그야말로 한때라, 시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든다. 


중화루는 원래 오랜 단골이 많은 집이니 큰 영향은 없을 것이나, 사실 단골 입장에서는 그렇게 갑자기 긴 줄이 생겨나면 짜증 나는 일이다. 그래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을 찾을 때는 서로 절대 소문내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 이기적이지만, 단골 맛집이 어느 날 매스컴을 타고 줄을 대서게 되면 더 이상 찾기 어려워지니 어쩔 수없이 이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여하튼 중화루는 직접 찾아가지는 않겠지만, 배달을 해야 할 경우에는 무조건 선택할 중국집이다. 


3. 신성루 


진흥각 주인이 바뀌고 나서 짜장면을 먹으러 찾는 집이 신성루이다. 신성루도 인천의 가장 오래된 중국집 중 하나이고 신성루 매니아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친구 중 한 명은 무조건 오로지 중국집은 신성루만 가는 녀석이 있다. 신성루는 다른 중국집보다 더 일찍 전국적 유명세를 탔는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앙일간지에서 최고의 짬뽕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었다. 신성루 고추짬뽕은 매우 맛있다. 


짬뽕보다는 항상 짜장면을 선호하기에 신성루는 자주 가지 않았었는데, 진흥각 주인이 바뀐 이후로 짜장면 먹을 때 항상 제1 순위로 찾는 집이 신성루이다. 신성루 간짜장이 현재로서는 간짜장으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신성루도 요즘 자주 매스컴을 타다 보니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 모양이라, 언제까지 짜장면 먹으러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줄을 서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가지 않기에. 


신성루는 오래된 역사만큼 주인이 바뀌지 않고 예전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곳이다. 요즘 차이나타운 중국집들은 관광객들 입맛에 맞추려고 그런지 예전 음식 맛이 아니다. 원래 인천 토박이들은 중국 음식 먹으러 차이나타운에 가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변한 맛 때문에 더욱더 차이나타운 중국집을 찾을 이유가 없다. 


신성루는 밖에서 겉모습을 보고 안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굉장히 넓은 식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양한 사이즈의 방도 많고, 2층도 있어서 회식을 하기에도 좋다. 깔끔한 맛은 전혀 없고 오래된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오히려 더 정겨운 곳이다. 


요약하면, 맛있는 간짜장이 먹고 싶을 때 찾아가는 집이 신성루이다. 다만 주문하는 시간대에 따라 약간의 맛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현재 가장 맛있는 간짜장을 꼽으라면 신성루를 꼽는다. 


최근 들어 박나래가 나오는 어느 방송에 소개되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모양이다. 그 이후에 가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붐비는지는 모르겠다. 방송 출연 이후 반짝 붐비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평온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곧 다시 원래 모습을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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