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의 중국집은 관광지화가 진행되며 옛날의 맛을 많이 잃어버렸다. 최근의 차이나타운 중국집은 역사가 있는 집은 드물고 새로 생겨난 집들이 많다. 그래서 인천 토박이들은 차이나타운의 중국집에 식사하러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차이나타운에서 오래전부터 영업해오던 중국집은 몇 곳이 있다.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가 짜장면의 원조 "공화춘"의 외손녀가 경영하는 "신승반점"이고, 차이나타운 터줏대감이라고 할 중국집들은 풍미, 대창반점, 태림봉, 태화각 등이 있다.
17. 대창반점
대창반점은 차이나타운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풍미와 더불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집이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집이다. 대창반점 이전 사장님은 중국 무술 괄괘장 사부이다. 황비홍 3대 제자라는 설도 있는데, 예전 KBS 인간시대에 소개된 적이 있다. 인근에서 쿵후 도장을 같이 운영했었는데, 도장은 지금 없어졌다. 지금은 자녀세대가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차이나타운 중국집에 발길 끊은 지 오래되었는데, 문득 궁금해서 대창반점에서 간짜장을 먹었다. 요즘 간짜장 맛집 찾기를 하고 있는지라.
짜장 5천 원, 간짜장은 6천 원이다. 예전 진흥각에서는 항상 삼선짜장만을 먹었지만, 요즘 그런 삼선짜장 맛 찾기 쉽지 않은지라, 그냥 간짜장을 시켰다. 간짜장 잘하는 신성루도 삼선짜장은 옛날 진흥각 맛을 못 따라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창반점의 간짜장은 전통적인 간짜장이다. 계란후라이가 올라와 있고 옛날 중국집 간짜장 소스와 매우 흡사한 간짜장이다. 약간 심심한 듯 느껴지는 맛인데, 간짜장 소스의 양이 생각보다 좀 작아서 그런 듯하다. 강한 맛을 좋아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는데, 만족스럽다. 개인적 평가로는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약간 심심하지만 맛있다. 확실히 요즘 새로운 중국집들이 보여주는 젊은 사람들 취향은 아니고, 오래된 익숙한 맛이다. 계란후라이는 살짝 조금 더 튀겨졌으면 좋겠다 싶다. 노른자 반숙은 맞는데, 겉에 흰자는 조금 더 튀겨졌으면 좋겠다.
요약하면, 옛 추억을 자극하는 간짜장 맛이다. 앞으로 간짜장이 먹고 싶을 때 신성루에 가지 않으면 차선으로 대창반점을 고려할 것이다. 언제 기회 봐서 대창반점에서 회식하며 여러 요리도 맛을 봐야겠다. 건너편 풍미가 예전 맛을 잃어버린 것에 비해, 대창반점은 간짜장 이외에 다른 요리들도 옛 맛을 간직하고 있는지 확인차 가봐야지.
P.S. 글을 포스팅한 이후에 요리를 먹으러 갔었는데, 간짜장의 수준에 비해 요리는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 그러나 간짜장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