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부부 배낭여행기 1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중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제목의 여행 에세이집이 있다. 서평만 읽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읽어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망설여지는 이유가,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서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도 제목에 끌려서 읽어보고는 다소 실망했던 기억도 망설여지는 이유 하나를 보탰다. 책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목에 끌려 구매한 책 중에서, 제목이 주는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던 책은 그리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멋진 제목을 생각해 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능이고 행운이다.
라오스를 여행했던 것은 하루키의 책이 나오기 전이고,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라오스가 한국 관광객으로 북적대기 한참 이전의 일이다. 요즘 라오스는 누구의 표현을 빌리면 "강촌"에 온 것 같다고 하더라. 우리가 라오스를 방문했던 때는 라오스가 순수함으로 찬양받던 시절이었다. 여행지의 느낌은 그 분위기에 좌우될 터인데, 강촌스러워진 라오스는 내 기억의 라오스와는 매우 틀릴 테니 이 기록은 요즘과는 사뭇 다른 과거의 기록이다.
여행의 백미는 무엇일까? 개인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겠다. 혹자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절경을 꼽겠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을 꼽기도 하겠다. 내 경우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즐겁다. 여행을 준비할 때의 설렘을 여행 자체보다 오히려 더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자를 크게 배낭족과 캐리어족으로 분류를 한다. 여행자를 분류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여행의 목적과 방법에 따라 편의적으로 그렇게 분류한다. 이 분류가 꽤 실용적인 분류인데, 배낭과 캐리어의 특성상 여행의 방법이 꽤 틀려지기 때문이다.
캐리어족은 아무래도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하니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캐리어를 끌고 다닐 수 있는 장소도 제한적이라서 캐리어족은 일반적으로 도시 위주의 편리함을 즐기는 여행에 더 적합하니 가고자 하는 여행지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반면에 배낭족은 배낭 하나 덜렁 메고서는 어느 곳에 건 갈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행에 더 적합하다. 반듯하게 포장된 도로보다는 덜컹거리는 시골 버스를 타고 현지 삶 속으로 들어가 보기에 더 용이하다. 그래서 캐리어족과 배낭족 간 차이가 발생한다. 제약 없이 어디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발길 닿는 곳으로 훌쩍 떠나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자유가 배낭족에겐 있다. 그래서 그런 차이로 인해 여행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캐리어를 끌고 떠날 때도 있고 배낭을 메고 떠날 때도 있다. 우리가 갔던 라오스는 분명 배낭여행이어야 했던 곳이다. 지금의 라오스는 또 변했겠지만.
서양 배낭여행객들은 대체로 엄청나게 큰, 산 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닌다. 젊은 서양 처자들도 자기 머리 위로 머리 하나는 더 올라온 커다란 배낭을 메고, 가슴에 작은 배낭도 하나 더 메고 그렇게 앞뒤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닌다. 대체로 젊은 여행객들의 배낭이 더 크다. 여행을 오래 다닌 사람의 배낭은 그리 크지 않은데, 여행의 지혜를 터득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뭐든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다 보면 배낭 크기는 점점 더 늘어나고, 종국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 되어버린다. 여행을 떠날 때는 쓸데없는 것들을 내려놓고 가야 한다. 그것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우리 부부도 여행을 할 수록 배낭 크기는 줄어든다. 여행의 지혜를 터득해 가는 것일 수도 있고, 늙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통상 아내는 40리터짜리 배낭을 메고 나는 50리터 배낭을 멘다.
누군가 유명한 여행가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라오스를 꼽았다. 딱히 그 때문이었다기보다는, 몇 년 전에 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 라오스 북부의 루앙남타에서 잠시 숙박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그 도시에 묘하게 끌렸었다. 그 당시 태국 방콕에서 출발하여, 치앙마이를 거쳐, 버스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 루앙남타로 갔었다. 태국에서 중국까지 육로로 가는 길이 멀기에 루앙남타에서 이틀을 묵었었다.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루앙남타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냈다. 당시 목적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었기에 루앙남타에서 잠시 쉬고 갔던 것이었는데, 라오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아내가 항상 그때 루앙남타에 더 오래 머물렀었어했다고 아쉬워했다. 라오스를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라오스를 이렇게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몇 년전에 태국에서 라오스를 잠깐 경유하여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베트남으로 와서 귀국했던 긴 여정은 다음 기회에 정리할 기회를 갖도록 하고, 우선 라오스에서의 우리 부부 배낭여행 여정을 먼저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