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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n 08. 2017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 부부 배낭여행기 1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중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제목의 여행 에세이집이 있다. 서평만 읽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읽어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망설여지는 이유가,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서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도 제목에 끌려서 읽어보고는 다소 실망했던 기억도 망설여지는 이유 하나를 보탰다. 책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목에 끌려 구매한 책 중에서, 제목이 주는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던 책은 그리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멋진 제목을 생각해 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능이고 행운이다.


라오스를 여행했던 것은 하루키의 책이 나오기 전이고,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라오스가 한국 관광객으로 북적대기 한참 이전의 일이다. 요즘 라오스는 누구의 표현을 빌리면 "강촌"에 온 것 같다고 하더라. 우리가 라오스를 방문했던 때는 라오스가 순수함으로 찬양받던 시절이었다. 여행지의 느낌은 그 분위기에 좌우될 터인데, 강촌스러워진 라오스는 내 기억의 라오스와는 매우 틀릴 테니 이 기록은 요즘과는 사뭇 다른 과거의 기록이다.




여행의 백미는 무엇일까? 개인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겠다. 혹자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절경을 꼽겠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을 꼽기도 하겠다. 내 경우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즐겁다. 여행을 준비할 때의 설렘을 여행 자체보다 오히려 더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비엔티안의 개선문


여행자를 크게 배낭족과 캐리어족으로 분류를 한다. 여행자를 분류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여행의 목적과 방법에 따라 편의적으로 그렇게 분류한다. 이 분류가 꽤 실용적인 분류인데, 배낭과 캐리어의 특성상 여행의 방법이 꽤 틀려지기 때문이다.


캐리어족은 아무래도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하니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캐리어를 끌고 다닐 수 있는 장소도 제한적이라서 캐리어족은 일반적으로 도시 위주의 편리함을 즐기는 여행에 더 적합하니 가고자 하는 여행지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반면에 배낭족은 배낭 하나 덜렁 메고서는 어느 곳에 건 갈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행에 더 적합하다. 반듯하게 포장된 도로보다는 덜컹거리는 시골 버스를 타고 현지 삶 속으로 들어가 보기에 더 용이하다.  그래서 캐리어족과 배낭족 간 차이가 발생한다. 제약 없이 어디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발길 닿는 곳으로 훌쩍 떠나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자유가 배낭족에겐 있다. 그래서 그런 차이로 인해 여행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캐리어를 끌고 떠날 때도 있고 배낭을 메고 떠날 때도 있다. 우리가 갔던 라오스는 분명 배낭여행이어야 했던 곳이다. 지금의 라오스는 또 변했겠지만. 


서양 배낭여행객들은 대체로 엄청나게 큰, 산 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닌다. 젊은 서양 처자들도 자기 머리 위로 머리 하나는 더 올라온 커다란 배낭을 메고, 가슴에 작은 배낭도 하나 더 메고 그렇게 앞뒤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닌다. 대체로 젊은 여행객들의 배낭이 더 크다. 여행을 오래 다닌 사람의 배낭은 그리 크지 않은데, 여행의 지혜를 터득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뭐든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다 보면 배낭 크기는 점점 더 늘어나고, 종국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 되어버린다. 여행을 떠날 때는 쓸데없는 것들을 내려놓고 가야 한다. 그것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우리 부부도 여행을 할 수록 배낭 크기는 줄어든다. 여행의 지혜를 터득해 가는 것일 수도 있고, 늙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통상 아내는 40리터짜리 배낭을 메고 나는 50리터 배낭을 멘다.


태국 라오스 국경을 건너는 보트


누군가 유명한 여행가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라오스를 꼽았다. 딱히 그 때문이었다기보다는, 몇 년 전에 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 라오스 북부의 루앙남타에서 잠시 숙박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그 도시에 묘하게 끌렸었다. 그 당시 태국 방콕에서 출발하여, 치앙마이를 거쳐, 버스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 루앙남타로 갔었다. 태국에서 중국까지 육로로 가는 길이 멀기에 루앙남타에서 이틀을 묵었었다.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루앙남타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냈다. 당시 목적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었기에 루앙남타에서 잠시 쉬고 갔던 것이었는데, 라오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아내가 항상 그때 루앙남타에 더 오래 머물렀었어했다고 아쉬워했다. 라오스를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라오스를 이렇게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몇 년전에 태국에서 라오스를 잠깐 경유하여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베트남으로 와서 귀국했던 긴 여정은 다음 기회에 정리할 기회를 갖도록 하고, 우선 라오스에서의 우리 부부 배낭여행 여정을 먼저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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