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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n 10. 2017

아침형 인간

라오스 부부배낭여행기 5

아침잠이 많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지도 않지만, 체질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아내는 반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여러 면에서 우리 부부는 정 반대이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던데, 살다보니 두들겨 맞춰져서 다듬어졌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따로 살았던 세월보다 더 긴 시간을 같이 살아가고 있는데, 서로 다른 스타일을 인정하고 적응해가는 것이 부부인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은 원래 유전적으로 타고 태어나는 것이라 후천적 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저녁형 인간임을 고집하는 내게 매우 좋은 핑곗거리다. 타고 태어난 본성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라 굳게 믿기에, 여전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될 때가 있다. 바로 여행을 왔을 때이다. 그래서 평상시 아내와 매우 틀린 라이프 사이클을 살지만, 여행을 오면 비슷하게 사이클이 맞는다. 부부 여행의 장점이라 하겠다.


묘하게 여행을 오면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일찍 눈이 떠진다. 인도차이나반도는 더구나 2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더욱 일찍 일어난다. 어제 새벽 2시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났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여행의 마력이다. 평소 술이 잘 안받아 어쩌다 한잔 하면 다음날 초죽음이 되는 아내도, 동남아 여행을 오면 희한하게 맥주를 마시고도 멀쩡하다. 역시 여행의 마력이다.

여행을 오면 호텔 조식을 꼭 챙겨 먹는다. 평소에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 편인데, 여행을 오면 달라지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가급적 조식 포함 숙소에 묵는다. 게스트하우스도 조식을 제공하는 곳이 꽤 있다. 조식이 맛있는 숙소를 만나면 횡재한 기분이다. 우리 부부가 묵었던 색소폰 근처의 그 숙소는 썩 맛있는 조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본은 했다.


어스름 무렵 방콕 도심의 스카이트레인


아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이라 한다. 여자들이 밥하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여행을 하면 느끼게 된다. 하긴 평생 밥상 차리는 일을 주부의 의무로 알고 했으니 얼마나 지겹겠는가. 여행을 떠나면 그런 의무에서 해방되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남이 차려주는 밥은 더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호텔 조식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 남이 차려주는 밥상을 한 끼라도 더 받아야...


스카이트레인 역


원 나잇 인 방콕, 방콕에서의 하룻밤을 뜨겁게 보내고, 아침도 챙겨 먹고,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타고 수완나품 공항으로 다시 간다. 일찍 일어났다고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리다 보니 시간이 좀 빠듯했지만 무사히 수속을 마쳤다. 고속버스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지불한 대신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는다. 늦어서 비행기를 놓치면 고스란히 비행기표를 날리게 된다.

수완나품 공항 에어아시아 국내선 터미널

우돈타니로 가는 에어아시아 국내선 터미널에는 탑승을 기다리는 외국인이 많다. 아마도 다들 라오스 가는 길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배낭 여행자라면 누구나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라오스를 가는 방법을 비슷하게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를 태우고 간 에어아시아 비행기


에어아시아는 비행기 동체가 컬러풀하다. 동남아를 여행하면 늘 느끼는 것인데, 이곳은 색이 강렬하다. 저가 항공답게 걸어서 비행기 트랩을 올라간다. 가까이 보니 빨간색 동체의 비행기가 더욱 눈에 확 들어온다. 까마득한 옛날 김포공항 시절에 걸어서 비행기 트랩에 올라갔었는데, 기억이 새롭다.


수완나품을 출발한 비행기는 한 시간 가량 걸려 우돈타니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여기서 우여곡절을 겪게 될 줄은, 물론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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