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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n 11. 2017

국경을 넘다

라오스 배낭여행 6

시간 상으로는 한국을 떠난 지 겨우 반나절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새 방콕 라이브 클럽에서 술 마시고 음악 듣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내렸기에 한국 떠나온 지 엄청 오래된 느낌이다. 아직도 라오스에 입성을 못하고 태국 땅에 있다. 자유 여행의 묘미다. 아내는 여행을 오면 모든 것을 내게 일임시키고 본인은 편하게 따라온다는 주의라서, 여행을 나오면 내가 절대 권력자가 된다.


태국 동부 이싼 지방의 도시, 우돈타니 공항은 소박하다. 탈때와 마찬가지로 트랩을 내려 걸어서 공항 건물로 간다. 저가 항공이니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오히려 트랩을 내려 걸어가는 것이 더 좋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우돈타니 공항
우돈타니 공항
우돈타니 공항 청사


짐 찾고 나서 공항 청사 내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했다. 커피를 마시고 라오스 국경으로 가는 VIP 리무진 버스를 타러 갔는데, 이런 낭패가! 버스는 이미 손님 태우고 모두 떠나버렸다. 다음 비행기가 도착하는 2시간여 후에나 버스가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 국경 가는 손님은 당연히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만 있을 테니, 수시로 버스를 운행할 리가 없다. 그 생각을 못하고 커피를 마시는 실수를 했다. 다행히 아내는 별 핀잔을 주지 않는다. 가만있자, 커피 마시자고 한 게 누구였더라? 절대 권력자도 여전히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국경까지 택시를 타면 되지만, 택시비가 방콕에서 우돈타니까지 비행기 값보다 더 비싸다. 돈 아끼려고 방콕에서 라오스 비엔티안까지 직항을 타지 않고 저가항공으로 이곳에 온 것인데, 비행기보다 더 비싼 택시비를 낼 수는 없다. 할 수 없이 커피숍에서 인터넷 하며 2시간을 때웠다. 태국은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꽤 있어서 이럴 때 편리하다.

두 시간여 후에 다음 비행기가 도착하고 라오스 국경으로 출발했다. VIP 리무진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스타렉스 같은 미니버스이다. 한 시간여를 달려 국경도시 농카이에 도착한 버스는 태국-라오스 국경인 “우정의 다리(friendship bridge)"앞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태국-라오스 국경 (태국 이민국)

인도차이나 반도를 여행할 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 이웃집 마실 가는 것처럼 쉽다. 섬 아닌 섬에 살고 있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국경을 걸어서 넘는 재미. 유라시아 횡단 철도에 연결이 되어서 기차를 타고, 혹은 걸어서 국경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먼 곳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무의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 걸음 내 디디면 다른 국가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열린 생각과 개방된 문화 의식을 심어줄 것이고 우리 의식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데, 이렇게 섬 아닌 섬에 고립되어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태국 쪽 이민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다리를 건네주는 셔틀버스가 있다. 이 다리가 우정의 다리인데, 걸어서 건너가도 되긴 하지만, 메콩강은 넓고 다리는 길다. 모두들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태국-라오스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여행자보다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따리상들이다. 다들 한 짐씩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에 오른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맹주를 자처하는 태국과 주변 국가들과의 국경은, 그래서 늘 분주하다.


셔틀버스가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에 도착하면 입국 수속을 한다. 라오스의 정식 명칭은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이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국가이다. 앞사람은 그냥 나갔는데, 내게 9,000낍(약 1200원)을 내라고 한다. 왜 나에게만 이러냐고 항의를 해 보지만, 오후 4시가 막 넘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4시에 모든 공식업무가 종료되는 라오인민민주공화국에서는 4시 이후에는 오버타임 차지를 내야 한다. 우돈타니 공항에서의 커피 한잔이, 공항에서 2시간을 허비한 것과 더불어 국경을 넘으며 거금 9,000낍이라는 벌금을 추가로 지출하게 만들었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가져온 결과이니 누구를 탓하랴. 그래도 어쨌건 드디어 라오스 국경을 통과했다.

태국-라오스 국경 (라오스 이민국)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한국 여권의 위력을 실감한다. 비자 없이 가장 많은 국가를 여행할 수 있는 여권 중 하나가 한국 여권이다. 해마다 약간의 변동이 있긴 하지만, 전 세계 여권 중 항상 최상위권이다. 그래서 비싼 값에 암거래가 되는 여권이기도 하다. 예컨대 베트남을 가려면 대부분의 서구 여권은 비자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 여권은 무비자이다. 라오스도 무비자라 여권에 입국 도장 하나 받으면 수속 끝이다. 여행자는 15일간 무비자로 라오스에 체류할 수 있다.


라오스 이민국


벌금까지 물고 라오스 입국 도장을 받고 이민국을 빠져나왔다. 이제 비엔티안 시내로 이동해야 한다. 국경 풍경은 어디건 비슷한데, 국경을 통과해서 나오면 택시와 툭툭 삐끼들이 달라붙는다. 시내까지 무려 400밧(약 14,000원)을 달라고 한다. 2만 원짜리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이 비행기 삯과 맞먹는 택시를 탈 수는 없다. 부부 2명에 100밧을 주고 툭툭을 잡아타고 시내로 갔다. 이민국을 나와서 조금 더 걸어가면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큰 비용 아니니 동남아 최고의 교통수단 툭툭을 이용했다. 버스비가 30밧이니 부부 2명이면 60밧이다. 툭툭 흥정이 귀찮으면 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떠난 지 하루 만에 비행기를 두 번 타고, 공항철도를 두 번 타고, 버스와 툭툭을 번갈아 탄 끝에 드디어 라오스 도착이다.

자주 이용한 라오스의 툭툭

 

비엔티안 시내에서 바라본 메콩강. 강 넘어 태국이 보인다

국경에서 시내로 들어오면 중심가 딸랏사오 터미널에 내리게 된다. 라오스어는 태국어와 비슷한데 딸랏은 시장이라는 뜻이다. 낯선 도시 비엔티안에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계속되는 흥정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서 흥정은 필수이지만, 흥정 방법도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라오스는 라오스만의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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