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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n 12. 2017

비엔티안, 혹은 위앙짠

라오스 부부 배낭여행기 7

행복과 경제력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여행하며 느낀다. 경제발전을 이루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과연 얼마나 행복한가? 경제력으로 보면 라오스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가난한 나라이지만, 우리가 이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평화롭고 여유로운 라오스 사람을 보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행복은 오히려 반비례하는 것 아닌지 문득 궁금해진다. 부탄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고 하니, 행복은 반드시 부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다.


여행지에 부부가 같이 오게 되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 뒤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라오스의 심플한 삶을 보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생각해본다. 바쁘게 사느라 물질적 풍요만을 갖춰놓고 정작 서로를 돌아볼 시간은 없었던 것 아닌지 반성도 해본다.


깔끔한 비엔티안의 건물


라오스는 인구 700만 정도에 국민소득은 2000불이 채 안된다. 1974년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해서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고, 인도차이나 반도 대부분 국가가 그렇듯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통치를 겪었다. 베트남 전쟁 때는 소위 호찌민 루트라 불린 보급로 역할을 하여 미군의 집중 포격 대상이 되기도 했고, 라오스 내의 소수민족이 전쟁에 이용당하기도 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이웃 태국과 비교해도 경제적으로 많이 뒤떨어져 있지만, 깨끗하고 평화로운 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이 그렇게 가난한 나라라는 느낌을 특별히 받지는 않는다.


아내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덥고 습한 곳이라 위생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가난한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들의 가난을 이용한다는 부정적 생각도 했던 모양이라 동남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그런 편견도 여행을 하며 자연스레 불식되었다. 동남아 국가들이 의외로 청결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별다른 시설이 없는 허술한 화장실도 냄새나는 곳이 거의 없다고 신기해한다. 우리가 묵은 숙소나 교통편이 고급은 아니고 오히려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와 현지 식당 위주로 다녔기에 대체적으로 맞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부부가 같이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위생이 아닐까 한다. 남자들에게 별 문제없는 환경이 여자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동남아는 오히려 부부가 같이 하기에 편안한 여행지이다. 물론 일본처럼 깔끔하고 철저하게 관리된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깨끗한 데다가 마음이 편안하고 푸근해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부가 같이 여행하기에 최적지가 아닐까.


소박한 라오스에서 소박한 숙소를 찾아갔다. 저렴한 숙소와 게스트하우스 밀집 거리가 이곳에도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극성수기가 아니면 대부분 현지에서 직접 둘러보고 찾아 들어간다. 우리는 동남아 여행을 할 때 보통 20~30불 정도의 숙소에서 묵는데, 비교적 깨끗하고 부부에게 적합한 방을 찾을 수 있다. 


비엔티안에서 묵었던 숙소

일단 하룻밤을 묵어보고 괜찮으면 계속 묵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된다. 비슷한 가격대의 숙소는 많고, 발품 팔기 나름이다. 호텔과 달라서 게스트하우스는 유명하다고 반드시 좋은 곳은 아니다. 가격 대비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 반드시 부부에게도 맞는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지에서 직접 보고 정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첫날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계란과 토스트, 그리고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교적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한 간단한 조식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은 일국의 수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도시다. 복잡한 한국에서 이곳에 오니, 평화로운 기분이 저절로 느껴진다. 수도라고 해봐야 인구 78만 정도이니 한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로 Vientiane이라 표기하고 그래서 외국인들은 비엔티안으로 알고 있지만, 라오스 현지에서는 위앙짠이라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위앙짠 표기를 그렇게 해서 철자가 굳어지고 영어식 발음으로 비엔티안이 된 것이다. 라오스 사람들은 위앙짠이라 하니, 영어 표기도 원음에 비슷하게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이들은 프랑스식 철자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 우리는 영어 표기를 너무 자주 바꾸어서 오히려 혼란을 주는 것 아닌가 싶다.


일관성 있는 지붕 색깔


이 고즈넉한 수도에 볼거리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지만, 프랑스풍 건물이 나지막하게 들어서 있고, 오래되어 낡은 느낌이 드는 조용한 도시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상당하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고 사람의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매력이 있다. 바로 이웃한 태국의 도시하고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그 분위기를 글로 표현하기에는 글재주가 부족하다. 사진으로 설명하고 싶지만, 사진 역시 현지에서 받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다. 직접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쉬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서 말이다.

개선문


개선문. 빠뚜사이라 불린다.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기념으로 만들었다는데, 시멘트로 만든 것이라 가까이 보면 약간 조잡한 느낌이 든다. 입장료를 내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프랑스 식민통치를 벗어난 기념으로 세운 기념물이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조형물을 본떠 만들었다. 물론 라오스 풍이 가미되었지만.



개선문에서 내려다본 중심가이다. 고층건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거리가 이 도시의 중심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포장이 안된 흙길이었고, 최근에 포장이 되었다고 한다.



개선문에 올라가 창문에서 내려다본 비엔티안 시가지이다. 지붕 색깔이 이쁘다. 유럽 국가, 특히 프랑스 식민통치를 겪은 동남아 국가들 대부분이 유럽식과 현지식이 절충된 건물이 많다. 건물 디자인과 색채를 사용할 때 상당히 조화를 고려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위 경관과 잘 조화를 이루는 건물 디자인과 색감이다. 약간은 야단스런 무국적 건물과 무질서한 간판 그리고 밤을 수놓는 요란한 불빛이 넘치는 한국 거리의 혼란스러움은 볼 수 없고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라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거리 풍경이다.


개선문 뒷쪽의 분수대

개선문 뒤쪽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공원의 분수에서 본 개선문의 모습이다.


대통령궁


이곳은 라오스 대통령궁인데, 경비도 없고 정말 소박한 대통령 관저이다. 왠지 대통령도 친근한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다. 건물이 상징하는 바가 상당히 크기에 라오스 대통령궁은 건물 자체로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비엔티안의 중심 번화가


대통령궁 앞에서 개선문 쪽으로 바라본 중앙로이다. 길 끝에 개선문이 보인다. 비엔티안의 가장 번화가이다. 파리로 치면 샹젤리제 거리가 되려나?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번듯한 사무실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라오스 전통음식을 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곳 국수 한 그릇에 15,000낍이었으니, 2천 원가량이다. 분위기가 매우 좋은 음식점이었고 맛도 썩 좋았다. 손님들을 보니 아마도 인근 외교가나 국제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인 듯한 사람들이 자주 오는 듯, 영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시사껫 사원


시사켓 사원의 불상들이다. 비엔티안에서 꼭 들러봐야 할 사원 중 하나이다. 특별한 감흥을 주는 곳이라기보다는, 많은 불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왓 프라깨우, 에메랄드 사원


왓 프라깨우, 즉 에메랄드 사원이다. 태국 방콕에도 에메랄드 사원이 있다. 이름도 똑같이 왓 프라깨우라 불린다. 태국의 에메랄드 사원에 안치된 불상이 원래 이 사원에 모셔져 있었다. 전쟁 중에 태국이 불상을 약탈해 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원래 에메랄드 불상이 발견된 곳이 태국 북부 치앙마이였으니, 태국으로서는 자신들의 보물을 되찾아간 것이라 하겠다. 여러 민족이 섞여 오랜 권력 투쟁을 한 역사가 있다 보니, 국보급 불상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서점


길을 걷다 만난 서점. 주로 여행객들에게 헌책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자체적인 인쇄산업은, 아마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싶다.



비엔티안 거리 어디를 걸어도 이런 골목길들이 이어진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골목길들. 대로는 거의 없으니, 대부분의 길이 이렇듯 조용한 골목길이어서 걷기 좋다. 중년의 부부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 좋은 도시다.


도시 도처에 남아있는 불탑들 중 하나이다. 라오스는 전 국민의 95% 이상이 불교 신자이다. 불교 국가답게 사원과 불교 관련 유물이 도처에 남아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소박하고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 드는 조용한 도시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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