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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May 26. 2017

여행의 준비

부부가 함께한 동남아 배낭여행 1

제목은 거창하게 붙여놨으나 여행에 정석이란 없다. 즐기면 그만이다. 여행에서 뭘 꼭 찾겠다고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 목적 없이 그냥 여행이 좋은 사람도 있다. 나는 낯선 곳에서 다른 분위기를 접하는 것이 좋다. 개인의 취향이 모두 틀리기에 여행에 정형화된 일정이 있을 수 없고 정석이 있을 리 없다. 다만 중년의 부부가 처음으로 함께 배낭을 메고 여행한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정보라면 정보, 혹은 요령이라면 요령을 찾아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글이 되기를.


벌써 여러 해 전이다. 


“타지마할을 가보고 싶어”

어느 날 문득 아내가 타지마할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중년에 접어든 남자라면 이럴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 그럼 가야지. 타지마할!”

그런데 타지마할, 나도 가보고 싶지만 인도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그 이후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도 여행은 마음만 있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인도 여행객들의 극과 극을 달리는 반응을 보면, 특히나 아내와 함께 선뜻 나설만한 곳이 아니다. 흔히 인도는 배낭여행의 종착지, 궁극의 땅이라 한다. 인도를 다녀와야 비로소 배낭여행을 말할 수 있다고도 한다.

준비를 상당히 철저히 해도 쉽지 않은 곳인데, 이렇게 갑자기 훌쩍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고민의 시작이다. 고수들도 어렵다는 그곳에서 헤매게 되면, 이것은 차라리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중년의 남편은 모험을 감당하기엔 이미 너무 소심해졌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 퍼뜩 떠오른 곳은 앙코르와트였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이고, 예전에는 직항도 없어서 방콕으로 가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서 가야 했던 험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직항이 생겨서 쉽게 갈 수 있다. 타지마할과는 차이가 있지만 손색없는 대안이라 생각하고 앙코르와트는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흔쾌히 윤허를 받고 준비를 시작했다. 갑자기 타지마할을 가고 싶다는 것은 타지마할이건 앙코르와트이건 그저 떠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질 때는 떠나야 한다. 훌쩍.


그런데 혼자 배낭 메고 훌쩍 떠나는 여행이라면 별다른 준비 없이 떠나도 무방하지만, 부부가 함께 움직이는 여정이라면 어느 정도 계획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서 무척 고생할 수 있고, 기분전환하러 떠난 여행에서 부부간 심각한 갈등을 안고 돌아오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일정에 맞춰 대략적인 여행의 루트를 계획해야 한다. 캄보디아 씨엠립 직항으로 왕복 항공권을 끊으면 앙코르와트만을 보고 오는 여정이 된다. 부부가 함께 떠나는 첫 번째 배낭여행인데 열흘 가량의 일정을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루트를 계획해보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그래서 씨엠립으로 들어가서 베트남 호찌민에서 나오는 여정을 택하기로 했다. 


씨엠립에서 앙코르와트를 보고 난 후, 육로로 이동하여 프놈펜 그리고 호찌민에서 귀국하는 여정이니, 배낭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그리 힘든 구간도 아닐 듯했다. 그래서 항공권은 씨엠립 in 호찌민 out으로 발권을 했다. 


이 노선은 인도차이나반도 남반부 종주코스로서, 방콕에서 출발하여-씨엠립-프놈펜-사이공으로 이어지는, 배낭여행객들에게는 아주 고전적인 코스이다. 다만 우리는 시작점이 방콕이 아니라, 씨엠립으로 들어가서 프놈펜을 거쳐 사이공으로 가는 코스가 되는 것이다. 방콕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육로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앙코르와트가 일차 목표이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씨엠립에서 앙코르와트 구경을 한 후에, 버스로 프놈펜으로 가서 하루를 보내고, 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서 베트남 사이공으로 가는 것이 가장 여행의 맛을 느끼는 일정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루트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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