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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May 26. 2017

사원의 도시

부부가 함께한 동남아 배낭여행 3

앙코르와트는 크메르 왕국이 12세기에 건설한 사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신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앙코르와트는 “사원의 도시”라는 뜻이다. “왓 Wat”은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에서 똑같이 사용하는 용어로 "사원"을 뜻한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나라들을 보면 인도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언어도 산스크리트어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으로 넘어가면 또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중국 영향권으로 들어간다. 타지마할 대신에 앙코르와트에 왔으니, 이렇게 굳이 인도와의 연관성을 지어본다.




우리는 기독교인이지만, 신앙이 매우 깊은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역사에 깊은 지식이나 혹은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대략적인 개념만 파악하고 앙코르와트에 왔다. 제대로 앙코르와트를 감상하려면 인도의 신화와 신들의 이름도 알아야 하는데, 게으른 우리는 그런 공부는 생략했다. 여행의 목적은 사람마다 틀리겠고, 우리 여행의 목적은 공부보다는 구경이다. 물론 앙코르와트와 같은 유적지라면 미리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밤늦게 도착해서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다음날 일찍 일어났다. 희한하게 여행지에 오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게 된다. 긴장해서 그런 것일 수 있고, 새로운 곳에 왔다는 설레임 때문일 수도 있다. 일찍 일어나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 출발한다.


앙코르와트를 구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이드를 고용하여 유적지를 다닐 수 있고, 자신이 직접 동선을 계획하고 기사 딸린 툭툭이를 고용하여 다니는 방법이 있다. 물론 걷거나 자전거 혹은 스쿠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툭툭은 하루 종일 고용하는데 13~15불 정도이다. 매우 저렴하다. 여행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면 툭툭 기사를 소개하는 글들을 볼 수 있다. 한국 관광객이 많기에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툭툭 기사들도 많고 이들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여행자들이 현지에서의 경험으로 툭툭 기사를 소개하는 글도 있다. 미리 잘 찾아보면 현지에서 좋은 기사를 고용해서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숙소에서 기사를 소개받았는데, 툭툭 기사가 시원한 생수까지 구비해 놓고 매우 열심히해서 편하게 여행을 했다. 


12월의 캄보디아는 건기라서 습도가 높지 않다. 비록 낮에는 태양이 뜨겁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견딜만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쾌적하기까지 한 날씨이기에 관광하기에 좋은 날씨이다. 


앙코르와트를 구경하는 정석 코스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추천되는 코스들이 있다. 대표적 사원으로 앙코르왓, 앙코르 톰, 타프롬, 이렇게 3곳을 꼽는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앙코르와트 입장권도 1일권, 3일권 등 종류가 있기에 일정에 맞는 적절한 티켓을 구매해서 효율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일반적으로 3일은 둘러봐야 유적을 비교적 여유롭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첫 일정을 타프롬에서 시작했다. 타프롬은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무상을 느꼈다고 말하는 곳이기도 하다. 울창한 정글이 삼켜버린 고대 사원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법도 하다. 영화의 배경으로, 또한 수없이 많은 사진으로 이미 본 익숙한 풍경이지만, 역시 직접 와서 보는 감흥에 견줄 바가 아니다.    


사원을 집어삼킨 거대한 나무뿌리.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고 인간의 힘이 자연 앞에 하잘 것 없음도 느낀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엄청난 생장을 하는 나무들 또한 놀랍다.


타프롬에 들어서면 곳곳에 무너진 돌무덤과, 거대한 나무들로 뒤덮인 사원의 흔적들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직접 가서 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안젤리나 졸리가 찾았던 어두운 고대의 공간과 유물로 가득 찬 방으로 연결될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이다.




사원내에 아이들이 많이 보이고, 어디를 가건 관광객을 보면 "원 달라"하며 따라다니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다. 조악한 기념품들을 가지고 다니며 사라고 조르기도 한다. 가슴 아픈 풍경인데, 이 애들에게 일일이 돈을 쥐어 줄 수도 없고, 나중에 짐만 될 것이 뻔한 조악한 기념품을 사주기도 뭣하고, 마음은 아프고, 복잡한 심정이 된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과 조언이 이럴 때 중요한데, 아이들에게 나눠줄 사탕이나 과자를 가지고 가서 나누어주면 비교적 상황을 잘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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