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소진 사이, 가장 적당한 온도
불꽃은 눈부시다.
그러나 모든 불이
빛이 되는 건 아니다.
빨리 타면
남는 건 재뿐이고,
오래 타면
검게 그을린 마음만 남는다.
종종 착각한다
스스로를 태우는 걸
사랑이라 믿고,
모두를 밝히는 걸
헌신이라 배운다.
누군가를 데우기 위해
내 온기를 다 쏟아낸 날들,
그날 밤
내 손끝은
차가웠다.
다정함도, 헌신도,
사랑이 아니라
습관일 때가 있다.
나를 먼저 비워야
타인을 채울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웠고,
잘 타는 법을
곧잘 익혔다.
제때 불붙고,
제때 환하게 타오르며
가끔, 스스로 꺼지기도 했다.
열정은 아름답지만
모든 열정이
건강한 건 아니다.
빛나기 위해
굳이 타야 할까.
소리 없이 오래 가는 등불처럼
누구도 태우지 않고,
자신조차 상하게 하지 않는—
그런 불은 없을까.
이제는
서서히 타오르기로 한다.
데우되, 태우지 않고,
어딘가에서
내 그림자까지 감싸는
그 온도로.
다 타버린 잿더미가 아닌,
살아 있는 불씨로.
나를 밝히되,
나를 태우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때때로 타오르는 걸 미덕으로 여깁니다.
더 밝게, 더 뜨겁게, 더 빨리,
그렇게 열정을 증명하려 하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고, 책임이었고,
착한 사람이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불길 끝에 남는 것은 종종,
전부 타버린, 나 자신입니다.
불꽃이 항상 누구에게나
따스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온기를 나누려다
오히려 스스로를 얼려버리기도 하지요.
타인을 데우기 위해 나를 먼저 비워내야 한다는 말,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나를 지키는 불씨가 살아야,
그 온기로 누군가를 감쌀 수 있으니까요."
모든 열정의 이면에 숨겨진 소진을 기억하며,이제는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타오르기를,
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래도록 살아 있는 불씨 하나가 되기를.
그렇게, 타오르되 태워버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