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꺾어보기 20화

문은 열려 있었는데요?

은둔을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당한 사람들

by 김챗지
59. 문은 열려 있었는데요.png


하도 말이 많아

문을 닫았지요

문고리엔

‘들어오지 마시오’ 대신

‘비난은 반입 금지’라 쓰여 있었고요

가끔은

내가 스스로 걸어 잠근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문짝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더라고요

냉장고 안이

밖보다 따뜻했고,

택배 기사님이

유일한 방문자였고,

아무와도 부딪히지 않는 하루가

가장 덜 아픈 하루였어요


그래서요

콘센트에 나를 충전했고.

창보다 환한 화면 속으로

눈을 돌렸어요

밖보다 넓은 인터넷을 사귀었고.

햇빛은 뉴스 속 기상정보로만 마주했어요


가끔은

외출보다 로그아웃이 더 어려웠고,

인간관계보다 와이파이가

더 안정적이었어요


누군가 묻더군요

“왜, 안 나와요?”


그럴 때면 말하죠

문은 열려 있었는데요?

그런데요,

문턱이 너무 높았어요

지나가는 말이 발등을 찍었고,

‘관심’이라는 발길질도

꽤 아팠고요


사실,

나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나가도 괜찮은 사람인지

모르겠던 마음이었어요


그러니,

문을 두드리기 전에

기억해주세요


문 안에 있는 내가

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문틈 너머의 말이

조금 더 따뜻하길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는 종종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운 채 무심히 던져집니다.


습관적으로 묻습니다.

“왜 안 나왔어?” “뭐가 무서워?”

그러나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다를지도 모릅니다.

“왜 나가야만 해?” “그 문턱은 누가 만들었을까?”


세상의 ‘기준선’이라는 이름의

장애물을 비튼 채 묻습니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배려보다 감시가 앞선 관심,

적응하지 못한 자를 낙오자로 여기는 태도—

그 아래서 사람은 방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밀려 들어간 것입니다.


마지막 구절,

“문은 열려 있었는데요?”

이 말은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되묻기입니다.


우리가 열어야 하는 건,

닫힌 문이 아니라

닫힌 인식입니다.

문을 여는 데 필요한 건

힘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문 안에 있는 사람이 기다리는 것은

구조가 아니라 시선입니다.


“거기 있어도 괜찮아.”

이 말 한 마디가,

방 안에 있는 이에겐

세상 전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문 안에 있다면,

기억하세요.


당신이 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코 멈춤이 아닙니다.

그건 고요한 진행이며,

작은 회복입니다."


문을 두드리는 대신,
귀 기울이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때, 그 문은
안에서 스스로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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