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꺾어보기 19화

자부심은 없지만

비전문의 미학

by 김챗지
56. 자부심은 없지만.png


정확한 건 없었다

그림은 삐뚤고

요리는 짰다, 혹은 싱거웠다

말은 늘 반 박자 느렸지


그런데 이상하지


그 그림이

어둠 한쪽을 환하게 만들었고

그 요리가

울컥한 날의 위로였고


그 말이

오래 남아, 꼭 필요할 때 떠올랐어


완벽하지 않음이

흠집처럼 보였던 것들이

언젠가

따뜻한 무늬가 되어 있었다


구멍이 많아서

그 안으로

사람이 스며들었다


자부심은 없었지만

사랑은 있었다




"자주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전문성, 완성도, 능숙함... 무언가를 위한 자격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종종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삐뚤한 손글씨의 편지, 심심한 엄마의 국, 어설픈 발표 속의 진심.

그런 것들이 오래 남는 건, 그 안에 ‘사람의 온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전문성은 미숙함의 표지가 아니라, 다가갈 틈입니다.

완벽함은 사람을 밀어내지만, 허술함은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때로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설퍼도, 진심이 있다면 그건 충분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고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틈에서 태어나는 것 아닐까요?"


그 틈이, 결국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온도가 되니까요.

자부심은 없었지만, 사랑은 언제나 함께였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닮고 싶어서, 오늘도 서툴게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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