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꺾어보기 18화

장례도 제사도, 산 사람을 위한 것

죽은 자는 조용하고, 산 자는 바빠 죽겠다

by 김챗지
53. 장례도 제사도, 산 사람을 위한 것.png


죽은 자는

아무 말이 없다


그러자 말 많은 이들이

그를 대신해

모든 걸 말한다


“그는 매운 걸 좋아했지”

—자주 체했단 말은 빠진 채

“검소했어”

—그래서 상다리가 휘어진다


검은 옷은

정갈함의 상징이고

하얀 국화는

예의라는 이름의 장식


묵념하는 사이

누가 더 울었는지

보이지 않는 경쟁이 흐른다


명단은

위로보다 위계를 남기고

봉투는

마음보다 액수를 먼저 세어본다


제사도 그렇다

그가 좋아했던 음식 대신

우리가 만들기 쉬운 걸 올린다


“그 분은 도라지를 싫어했는데...”

“그래도 보기 좋잖아.”


시간이 흐르면

사진 속 웃음은 흐릿해지고

그리움은

달력에 박힌 일정이 된다


그는 여전히 조용하고

우리는 여전히 바쁘다


결국, 애도는

죽은 이를 기리는 척 하며

살아남은 자가

자기 삶을 추스르는 일




"말 없는 고인을 대신해 말 많은 산 자들이 주도하는

의식의 아이러니를 관찰합니다.


장례식은 죽은 이를 보내는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산 자의 감정을 정리하고, 체면을 지키며,

사회적 관계를 정돈하는 절차가 되곤 합니다.


누가 울었는지, 어떤 음식을 올렸는지,

누구 이름이 명단에 빠졌는지—그 모든 디테일은

고인을 향한다기보다 남겨진 자들의 질서와 위안을 위한 것이지요.


우리는 기억을 지키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걸까요?

아니면 기억했다는 증표만 남기기 위해 정해진 형식을 따르고 있는 걸까요?


삶과 죽음 사이,

의미 없는 형식과 필요한 의식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을 남기며,
오늘도 누군가는
기억을 ‘지키기 위해’가 아닌
‘지켰다는 표시’를 위해 제사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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