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감정
슬픔은 우리가 가진
가장 오래된 감정
언어가 생기기 전
울음이 먼저 있었다
몸은 무언가를 잃기 전에
먼저 젖었고
그 젖은 마음이
‘나’라는 이름을 얻기도 전
슬픔은 이미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떤 울음은
배고픔보다도 먼저였고
어떤 눈물은
무엇을 잃기 전에 흘러버렸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를 그리워했고
그리움은 곧
말이 되지 못한 슬픔이 되었다
지금도 문득
비 내리는 오후나
익숙한 향기,
사라진 얼굴의 기억 앞에서
그 오래된 감정은 다시 고개를 든다
그것은 내 슬픔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아주 오래전
처음 흘린 눈물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슬픔은 지나가지 않는다
다만 자리를 바꿔
우리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을 뿐
"종종 기쁨을 인간의 본성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처음으로 보여준 감정이
기쁨이었을까요?
어쩌면, 더 오래되고 깊은 감정은
슬픔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기는 배고픔보다 먼저 웁니다.
몸이 고통을 인식하기도 전에,
아직 언어를 배우기도 전에
무언가를 향해 울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감정의 원형을 증명합니다.
슬픔은 그렇게,
우리가 인간이 되기 훨씬 전부터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고, 언어가 풍성해지고,
사유가 논리를 갖추더라도
문득, 어떤 빗소리나, 오래된 냄새,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그 태초의 감정은 다시 되살아납니다.
이 글은 말합니다.
슬픔은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인류가 공유하는 정서의 원형이라고.
그리고 그 슬픔은 오늘도 우리 안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살아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 감정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외면할 이유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존재했던 감정이라면,
우리는 그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더 잘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든 괜찮습니다.
그 감정이 다시 당신을 찾아온다면,
조용히 앉아, 숨을 함께 쉬어도 좋습니다.
그건 너무 오래된 일이라,
누구도 당신을 탓하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