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스쳐가기 27화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잠깐, 눈을 감을 줄 아는 용기

by 김챗지


가끔은

모든 것을 놓고

낭만의 배에 오르려 한다


달빛 스며든 노트 한 장

손끝에 맺힌 못다 한 말

속삭이듯 남은 부재중

잠시 모두 부드럽게 내려놓고


이유 없는 별빛 속으로

목적 없는 폐허 같은 오후로

소리 없이

닻을 올리고 싶다


낭만은

결심처럼 반짝이지 않아

충동처럼 숨결에 닿는 것이다


왠지 호흡들이 바쁜

어른의 하루 속에서도

가끔은

조용히 숨 고를 수 있는 마음


반드시

배를 타야 하는 건 아니다


창가에 기대

느린 심장소리에 눈을 감는 일

골목빛이 서로 부딪히는 곳을

걸으며 귀 기울이는 일

이름 모를 꽃향기에

발을 멈추는 일


그 순간마다

보이지 않는 돛이 펼쳐진다


낭만은

세상을 잊게 하는

작은 기적 같은 마음


그리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겠다고

속삭이는

조용한 용기다




"‘낭만’이라는 단어가

요즘엔 어쩐지

비현실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현실은 바쁘고,

시간은 늘 부족하고,

우리의 손은

해야 할 일들로만 가득하니까요.


그런 말들 속에서

낭만은 점점 더 먼 것,

‘시간 남은 사람들’의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낭만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계획보다,

무엇을 잠깐 잊어도 된다는 허락에서 시작됩니다.


그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지나가는 바람에 눈을 감는 일,

‘왜’ 없이 웃는 일들 속에서

가만히 피어나는 감정입니다.


삶이 유독 버겁게 느껴지는 날,

그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을

너무 오래 미뤄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배 하나 띄워두세요.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커피가 식는 속도를 천천히 지켜보는 것,

창문 너머 노을을 오래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아주 멀리 떠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낭만이란 건,

결국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잠깐 눈을 감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히 낭만적인 사람입니다."


마음속 풍경이 잠시 바뀌는 것,
그 사소한 변화 안에
조용한 기적이 숨어 있습니다.
keyword
이전 26화천생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