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49일차
제 브런치 매거진 제목에도 있지만, 저는 양말 제조업을 하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했던 것은 아니에요. 교사로 있다가, 이런, 저런 여러 이유로 학교를 나오게 되었지요. 항상 이 말을 하면서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학교가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고, 아이들이 싫어서 그런 건 더욱 아니었으며, 혹여 제가 어떤 사고를 쳐서 그런 건 더더욱 아니었어요.
오래전부터 아버지께서 양말 제조업을 하셨는데, 그 일이 갖는 난이도와 폐쇄성 때문에 제조업 종사자는 계속 줄어들게 되었고 이러다가는 국내 양말 제조업은 거의 소멸하지 않을까 라는 염려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소외받는 아이들이 제 눈에 계속 들어왔거든요.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면 되는 거고, 집안 여건이 좋으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만, 학업 성취도가 우수하지 못하고,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렇지만, 양말 제조업은 제가 원한다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고, 제가 조금 잘 노력한다면, 교육 현장에서,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직은 제 생각과 계획이 너무 작아서 그저 구상만 하고, 상상만 하는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적어도 교사로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까? 어떤 특장점을 만들어야 할까? 등등에 대해서 말이지요.
가끔은 컨설팅을 찾아가기도 해요. 물론, 양말 제조와 관련한 컨설팅은 아니지만, 사업화 관련 영역에 대해서 상담을 받다가 보면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서 말이지요.
컨설팅을 받으면 여러 컨설턴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참 고맙지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 범위에서 최선의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게 말이에요.
그런데 가끔,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제가 몸담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전혀 모르고 이야기를 이어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루 어느 정도 생산량이 나오는지, 어떤 단계의 가공을 거치게 되는지,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말이에요.
A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어떤 컨설턴트는 B를 통해서 어떤 메뉴를 찾아보면 C라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활용하면 A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라는 답변을 받았지요.
집에 돌아와서 1주일이라는 시간을 B를 통해 메뉴를 찾고 C에 대해 알아보다가 답이 나오지 않아서 결국 해당 기관에 문의하니 A에 대한 정보는 그쪽에서 다루는 정보가 아니라는 답변을 듣게 되었어요.
"야, 그걸 그렇게 고민하니? 이건 이렇게 해서 요렇게 요렇게 해 보고, 이런 방향으로 들어가 봐!"
종종 교무실에 아이들이 질문을 하러 오는 경우가 있어요.
몇몇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고, 대략적인 틀을 이야기하곤 하지요.
그런 교수법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교육학적으로 아이들에게 비계(건축 공사에서 높은 곳에 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임시 가설물)의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가끔 학생이 질문한 문제를 명확하게 모르고 그런 답변을 주는 경우가 있어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서 아무리 고민해도 답변이 나오지 않으니, 다시 그 선생님을 찾아가기는 민망하고, 눈치를 보다가 다른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질문하고는 하지요. 그렇게 다른 선생님과 문제를 풀이하다 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문제가 풀리는 경우가 있어요.
정말 어려운 문제, 까다로운 문제는 그렇거든요.
명확하게 답이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미묘한 함정을 만들어서 평범한 생각에서 조금 더 엄밀한 접근력을 필요로 하는 그런 수학 문제들이 있거든요.
집 근처에 동일한 프랜차이즈 빵집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3곳이 있어요.
사실, 저는 동일한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동일한 품목에 대해서는 모두 동일한 가격을 받는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놀라운 사실을 알았어요.
A빵집은 에그타르트가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크룽지는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고요.
B빵집은 에그타르트는 중간 가격이지만, 식빵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C빵집은 크룽지는 가장 저렴하지만, 크림빵은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어요.
물론, 비싸고 저렴함의 차이가 불과 200원에서 300원 사이의 가격대지만 말이에요.
약국의 약도 그래요.
아이의 비염약을 구입하는데, A, B, C각각의 약국에서 동일한 상품에 대해서 서로 다른 가격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물론, 가격의 차이가 많아야 1000원이지만 말이에요.
아버지께서 거래처와 물건 가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공급 금액을 몇백 원을 두고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올리려는 사람과 내리려는 사람의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지요.
사실, 그래도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몇백 원이 무슨 큰돈이라고 그렇게 신경전을 벌이는가 생각해 봤었지요.
그런데, 개당 몇 백 원의 가격 차이가 작은 것처럼 느껴져도 수량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작은 차이라고 생각한 것이 결국 큰 차이로 연결되더라고요.
학교에 있으면서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해요.
나중에 편의점이나 하면 좋겠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장사할 거야.
그런데, 소비자의 관점에서 봅시다. 택배비 포함해서 5800원과, 택배비 제외하고 5500원이라고 한다면 어떤 물건이 더 저렴할까요?
장사를 하더라도, 편의점을 하더라도, 물건을 들어오는 비용과 판매하는 비용 사이에 남는 수익이 모여서 인건비와, 임대료, 세금, 전기요금 등등의 모든 비용이 지불되어야 수익이 창출되지요. 그런 미묘함의 차이를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칫, 그런 계산이 없으면 분명 수익이라고 생각하고 일 하지만, 세금으로, 임대료로, 인건비로, 유지 관리 비용으로 돈을 지불하다 보면 결국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단순히 경제활동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에 대해서 지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을 잔다는 기준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엎드려 자는 것만 잔다고 간주할까요?
고개를 들고, 1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으면 자는 것으로 간주할까요?
5분 간격으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하는 아이를 자는 것으로 간주할까요?
지각 학생을 지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8시 이후 등교를 지각이라고 해 보지요.
그렇다면, 8시에 교문을 지나는 학생을 지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8시에 건물에 막 들어온 아이를 지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7시 59분 이후에 온 아이를 지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8시 1분도 지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경계가 있다면 큰 문제가 없으나 미묘한 경계에서는 항상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7시 59분 55초에 교실 뒷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와, 바로 뒤를 이어서 들어온 8시 00분 5초에 들어온 아이를 보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기록이나 징계와 연결된다면 분명 갈등은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경계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문제 발생의 원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계의 미묘함에서도 계속해서 기준을 만들 수 있는 엄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기준은 결코 누군가의 독단적인 선이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고 설득력 있는 범위에서 말이에요.
"상식적인 선에서 말이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물론, 나쁜 말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종종 상식적인 선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겠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선에서 발생하고,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그런 경계를 명확하지 못하기에 비상식에 의해서 상식의 선이 붕괴 된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문제는 경계에서 발생해요.
그리고 어떤 일을 내가 얼마나 엄밀하게 준비했는가의 문제는 그런 경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가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고요.
준비는 보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튼튼한 나의 성을 만들 수 있지요.
비판을 수용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비판이 있을지 먼저 고민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더욱 굳건하게 어떤 일을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