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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마주하는 힘

매일 쓰기 15일차

by Inclass

불편한 상황을 즐기는 사람은 잘 없다.

편안한 환경을 좋아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돈을 벌고, 힘을 쌓고, 미래를 준비한다. 시간과 관계, 환경에서 주도권이 내게 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지금을 투자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그러다 보니 쉬운 일은 없다.

급여를 받는 삶을 살아간다면 항상 상관의 눈치를 봐야 하고, 급여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서 회사의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자영업을 한다면, 매입과 매출을 신경 써야 하고, 그 가운데 내 몫을 챙겨야 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으나, 그것 역시 임차인을 잘 만나야 하는 일이다. 물론, 모두가 힘든 일이라고 하지만 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얻는 부가가치의 차이는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말의 요지는 결코 거저 주워 먹는 돈은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일은 있겠지만 말이다.


재미난 것은 쉬운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넓은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당연한 사실을 모르고 살아간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자신의 체력이 되는 범위에서 살아갈 수 있으며, 경제적 역량 수준에 따라서 소비의 역량도 결정되는 법이다. 당연히 알고 있다. 단, 내가 이야기하려 하는 부분은 그러한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내적인 요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양말 방직과 관련한 사업 또한 은근 폐쇄성이 강한 사업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수년간 "교육"만 생각했던 나에게 "제조업"이라는 분야가 익숙하지 않고, 앞으로의 생계를 위해서 다양한 방면을 알아보던 중 창업지원센터에서 시행하는 컨설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컨설턴트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제조 분야에 대한 컨설팅 경험이 많은 교수님이라고 하셨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양말 방직과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거래처 확장 방법을 위해서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알아보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정작 우리 공장도 그곳에서 나오지 않고, 우리가 거래하는 대부분의 업체들 또한 그곳에서 검색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거래하는 업체의 규모가 작아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공장에서 제조한 양말을 신고 있는 사람도 길에서 종종 보고,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브랜드 양말을 제작하는 업체도 있으니 규모가 작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은 판단은 아니라 생각한다.


학교에 있으면서 나의 상대는 대부분 학생이었다. 아무래도 학생들의 경우 미숙함이 있으니 부족하거나 실수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후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지도하는 차원에서 학생들을 대했으나,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의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내가 그들의 좋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지도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선택이며, 단지 그들의 행동과 태도를 보면서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종종 하게 된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불편한 상황이 무엇일까? 같은 직장에서 위계 관계가 아니고 업체와 업체의 관점에서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본인이 아쉬운 소리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쉬운 소리는 "돈"으로 연결된다.


언제 수금이 가능한가? 주문에 대해서 비용을 낮추는 것은 어려운가? 등등의 문제일 것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에서 물건의 구입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은 당연한 문제라서 그렇게 고민할 거리가 아니지만, 업체와 업체 사이에서는 "비용의 지불"이라는 문제가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매입, 매출 관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작지 않고, 어느 업체이든, 매입을 통해서 매출을 만들고 그렇게 돈이 돌고 도는 상황을 만들면서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데, 어느 한쪽에서 경화가 발생하면 일이 꼬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자가 도매상에게 물건을 납품하고, 도매상은 소매상에게 물건을 제공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소매상을 통해서 물건을 구입한다.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소매상에게 들어가고, 그렇게 모인 돈으로 소매상은 자신이 구입한 물건의 비용을 도매상에게 지불한다. 같은 방법으로 도매상은 소매상에게 받은 돈을 모아서 제조업자에게 지불하고, 제조업자는 제조 과정에 투입된 원자재 비용 및 사업장 운영 비용으로 돈을 활용하게 된다. 문제는 소매상이 판매가 되지 않거나, 도매상이 수금이 잘 되지 않는 경우이다. 혹여 이 중에서 누군가 계산을 잘 못하고 자신의 욕심만 챙긴다면, 돈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모두가 바라지 않는 상황이지만, 시장의 경기가 어렵다거나 경쟁 업체가 너무 강하거나, 동일한 상품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외국에서 수입되는 경우, 소비자 심리의 변화까지 모두 계산에 넣을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는 문제 상황에서 보인다.


보통 돈이 잘 돌고 도는 상황에서는 어떤 업장이든 좋은 사람이고 좋은 업체이지만, 돈이 잘 돌지 않고 어디선가 멈춰버리는 상황이 된다면 업체를 대표하는 사람의 성향을 볼 수 있게 된다.

차갑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각자 살아갈 방법을 모색할 준비를 알려 주는 사람, 현실을 부정하고 긍정적 미래만 생각하다가 모두를 힘든 상황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 문제도 외면하고 거래처도 외면하며 그저 현실을 피하려 하는 사람.


누구나 알겠지만, 사업은 어느 정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그런 신뢰가 만들어지기까지 언행의 문제와 일의 처리 방법, 회사의 건전성 등등의 선행 요소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문제 상황에서 대표가 보이는 방법을 바탕으로 앞으로 함께할 업체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판단해도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의구심을 가지고 대하게 된다. 더 좋은 선택지가 생긴다면 신뢰가 낮은 거래처부터 관계를 정리하는 게 당연하고 말이다.


대표로 있는데,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런 문제로 상대의 양해를 구하는 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상황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더라도, 때문에 비용의 지불이 늦어진다는 말을 자존심을 내려놓고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더라도, 그것을 순순히 수용하는 거래처는 없으니 말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며, 그 사정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영역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피한다고 모든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본인은 인내하면서 나와 관계한 사람에게도 암묵적인 인내를 강요하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닌 것이다. 그런 믿음에 누구도 동의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이기적인 존재라는 이미지만 부각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좋지 않은 소리를 듣더라도 상대를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나와 관계한 당신에게도 어려움이 있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게 어려워서 내 자존심을 내리는 말을 한다 하여도, 상대를 설득시킬 능력이 필요하다.

말이 배를 따고 들어오지는 않는다. 아무리 상대가 날카로운 말을 하고, 내 자존심에 상처 주는 말을 한다 하여도, 적어도 내 신뢰는 지켜지며 오히려 거칠고 날카로운 말을 한 사람의 인성의 바닥만 보일 뿐인 것이다. 그런 언행에 굽히고 들어간다고 결코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직의 신뢰를 위해서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더 무서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존심을 내려두는 힘든 일을 이겨냈기에, 이후 그 정도 불편한 상황도 그는 충분히 인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서 말하면 이후 삶에서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이고, 그것이 무르익어 가면서 불편한 환경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이다.


교단에 있으면서 시험 앞에서 넘어지면 한계이고, 넘어서면 단계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자주 했었다.

실제로 성적이 향상하는 아이들은 시험 이후에 자신의 단점을 분석하고 그것을 개선하려 노력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는 단점은 외면하고 장점만 반복해서 보기 때문이다.


수학만 잘하는 아이는 수학만 하고, 국어만 잘하는 아이는 국어만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아이들이 보통 중위권 또는 중상위권에 있고, 수학을 잘하기 때문에 약점인 교과에 학습 비중을 부여하고, 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약점이 교과에 학습 비중을 부여하는 아이들이 보통 상위권으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려움을 피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삶의 영역을 줄이는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며, 그것과 대면하는 사람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어려움을 마주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배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노화의 속도보다는 늦어지는 배움으로 삶을 채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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