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높이는 공부방법

매일 쓰기 40일차

by Inclass

공부와 자존감의 관계를 이야기했었어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도 학창 시절 공부가 참 힘들었거든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교사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몇 해 전 교직을 그만두고 제조업을 하게 되면서 학교 공부의 의미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조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학교 공부가 필요 없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을 하면서, 그리고 그동안 만났던 영역 밖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학교 공부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으로 연결되었지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는 아니라고 봐요.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그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공부가 가진 의미, 필요에 대해서 조금씩 글을 써 보고 있어요.


공부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 같은 상황을 계속 마주하기 때문에 그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한편으로 정말 자존감이 좋은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알고 있었던 사실이 잘못된 개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자존감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그런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 분명 성인이 되어서도 긍정적 삶을 마주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공부와 자존감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공부 방법에 대해서 제가 사용했던 방법이 떠올라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해요. 완전하게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제 학습 경험과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어요.


1. 모두 다 정답.


초등교육에서는 보통 학생이 풀이하고 학부모, 선생님이 채점을 하지만 중등, 고등에 올라가면서 본인이 풀이한 문제를 본인 스스로 채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열심히 문제집 두 페이지를 풀이하고 답안 채점을 했는데 오답이 난무하면 정말 화가 나지요. 심지어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래서, 저는 간단하게 생각했어요. 틀렸다는 표시를 하지 말자.

그렇다고 맞았다는 표시를 하자는 것도 아니에요.


방법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1, 2, 3, 4쪽의 문제를 풀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채점을 하지요. 이때, 각 페이지 오른쪽 상단, 또는 왼쪽 상단에 채점하는 볼펜으로 숫자 1을 써요. 그리고 채점을 하는데, 맞는 문제만 동그라미 하고 나머지는 그냥 두는 거예요.

그렇게 채점이 마치고, 동그라미가 없는 문제는 자신의 풀이를 보면서, 간략하게 오답의 원인을 찾으면서 본인이 표기한 정답을 지우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 공부 때는 1, 2, 3, 4쪽에서 동그라미가 아닌 문제를 포함해서 그날의 학습량을 설정하세요. 예를 들어서, 1회 공부에 20문항을 평균으로 정했을 때, 지난번 1, 2, 3, 4쪽에서 총 10문항에 동그라미가 없으면, 이후 이어지는 5, 6쪽에서 나머지 10문항을 충족시키도록 학습 범위를 설정하세요. (이야기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페이지당 5문항이라고 정해 볼게요.)


채점을 하면서 1회 채점과 다른 색의 팬을 사용해요. 그리고 1, 2, 3, 4쪽 페이지 상단에 다른 색의 팬으로 숫자 2를 쓰고, 지난번에 동그라미가 없었던 10문항을 채점하는 거예요. 역시나 오답 문항은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갑니다. 그리고 오답 풀이를 하면서 본인이 표시한 정답을 지우세요.

5, 6쪽도 숫자 2를 쓰세요. (1을 써도 됩니다. 그냥, 첫 번째 풀이해서 맞춘 정답인지 여부만 확실하게 기억하면 됩니다.)


이러한 순서로 모든 페이지의 문제에 동그라미가 채워지도록 반복해서 풀이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남들이 보기에는 문제지에 모두 동그라미지만, 학생의 관점에서는 동그라미 색상의 개수만큼 본인이 반복 학습을 했으니 나름의 성취감을 얻을 수가 있지요. 게다가,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마지막에 맞춘 문제를 쉽게 알 수 있으니 그 문제 중심으로 시험공부를 한다면 더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겠지요?


2. 틀린 것에 대한 칭찬


이번 방법은 교수법에 대한 방법이에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나와서 풀어보라고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수업에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아이가 나와서 풀이했는데, 틀리면 그게 너무 안타깝지요. 어떻게 칭찬을 해 줘야 하는데 초임시절에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참 막막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서술형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는데, 특정 문제에서 아이들이 비슷한 오개념으로 풀이에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떠오른 말이 있었어요.


"OO덕분에 이 문제를 풀이하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 문제에서 이 부분이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갖는 오개념이거든요. OO이가 용기 있게 나와서 도전했고, 이러한 오개념을 알게 해 줬어요. 모두 OO에게 박수를 쳐 주세요..!!!"


그러면, 틀린 아이는 자신의 풀이가 틀렸다는 사실보다 친구들을 대표해서 무엇을 했다는 사실에 더 우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음 수업에서도 자신감이 생기고요. 마찬가지로, 비슷한 이유로 틀린 아이들도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어요.


3. 점수 말고.


시험이 끝나고 서술형 문항 채점 결과를 아이들과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있었어요.


1학기에는 수업태도가 좋지 않았는데, 2학기 들어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려 노력하던 아이의 점수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서술형 문항의 점수가 너무 좋지 않게 나왔지요. 거의 백지였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그 아이에게, 최근들에 네 수업 태도가 너무 좋아졌는데, 답안이 이렇게 나와서 선생님이 많이 걱정했다고 하면서 혹시나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냐고 물어봤지요. 아이는 별 무리가 없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의 수업 태도와 적극성을 봐서 비록 획득 점수는 이렇지만, 내 관점에서는 네가 더욱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점수는 네 학업 능력을 정의하는 수치가 아니니 마음에 두지 말라고 이야기했지요.


그렇게 다음 1학기가 되었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어느 날 그 아이가 작은 편지와 사탕을 들고 교무실에 왔어요. 중간고사 점수가 많이 올랐다고 자랑하려 말이지요.


편지에 적힌 내용은, 지난 2학기부터 나름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와서 많이 실망하고 있었는데, 제가 해 준 말을 계기로 아이는 점수가 자신의 실력을 정의하는 수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공부해서 이번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점수가 학생의 능력을 대표하는 수치는 절대 아니에요.

3등급이기 때문에 그 정도 학습 능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단지, 그 아이가 봤던 중점적으로 봤던 부분이 시험지에 나오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로 획득하는 점수의 차이가 생기지요.


학생의 역량을 점수로 평가하지 말아야 해요. 학생의 모습을 봐야 하지요. 학생이라는 인격채를 봐야 해요.

점수와 인생의 승패의 상관도는 그렇게 높지 않아요. 때문에 아이가 획득한 점수로 그 아이의 지금까지와 앞으로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지요.


아이도, 교사도, 부모도 모두가 인정하고 몇 번이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이야기는 학생이 알아야 할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교사가 알아야 할 이야기, 세 번째 역시 교사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교사의 일, 부모의 일을 따지기 이전에 모두가 지혜를 가지고 아이에게 바른 길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역시나,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부는, 아이가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지만, 지금은 그 수단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의미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제가 하는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말이지요.


그럼에도 제 짧은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점이 되고, 그렇게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 교육은 바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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