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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

내 취향

by 랑랑

할아버지가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 놀이터 한편에서 뭔가를 찾는 듯 허리 숙이고 있고 놀이터 귀퉁이에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노인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며 신고하려는 듯하는 그림. 언제 봤는지 기억나진 않는 위대한 곤충 학자 파브르 위인전의 맨 마지막 장면이었다. 곤충학자 파브르는 노년에 놀이터 구석구석 깨진 유리, 아이들이 놀면서 다칠 만한 쓰레기를 주우며 또 곤충을 연구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며 종종 아이들을 해치려는 게 아닌지 오해받았다고 한다. 어떤 위인전보다 큰 감명을 받았고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만만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공공재를 위해 사는 내가 되고 싶었고, 몇몇에게 이 꿈을 이야기했었는데 길 잃은 대화와 공허한 눈빛을 받은 이후 이 꿈은 발언이 봉인되었다.


얼마 전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브런치주소를 업데이트해 두었다. 나름 큰 용기를 가지고 했던 건데 통계에 외부 인입이 전무하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삶이 바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내 딴엔 나의 사생활과 민낯이라 부끄럽게 생각해서 고민을 꽤 오래 했었는데... [ 민낯이긴 하다] 생각보다 더 관심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글을 읽는다는 건 에너지가 소요되고 찾아보는 건 더 큰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것을 상기했다. 거기에 브런치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도 들었다. [브런치 담당자님들 홍보를 더 하셔야 할 것 같긴 한다.ㅋㅋㅋㅋ담당자님들 미안해요. 남 탓이 더 쉬워서요.] 여하튼 낯 뜨겁고 부끄러워 카톡에서 브런치주소를 삭제했다.


브런치 2달 차 신입 작가! 작가가 되고 싶은 우리들 만의 리그에서 존재감을 가지려면 글이 좋아야 한다. 또한 독자가 되어 열심히 읽고 하트도 눌러야 하는데 쉽지 않다. 글만으로 승부를 걸기엔 글이 너무 약하고... 일상툰처럼 유머가 위트가 더 있으면 좋겠는데... 좋은 생각처럼 조금 더 가볍고 행복한 느낌이면 좋겠는데... 아니면 다른 일상글 작가님처럼 소소함을 잘 표현하면 좋겠는데... 아님 많이 읽고 품앗이로 하트를 받을 수도 있는데... 배가 불렀고

... 아직도 갈길이 멀다. 수많은 글 들 중 그저 그런 하나가 되곤 한다. 그럼에도 인세 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이 생기니 그래도 글을 쓴다. 다. 쓰다. 씁쓸하다.


100화까지 채우면 인세 받는 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꾼다. 혹여 못 받을 수도 있어서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 [대문자 J니까... 어떤 계획이든 훗날을 기약한다.] 인세라고 생각하고 플렉스 해줄 생각이다.

거위, 나비, 민물장어, 프라이, 네모, 달팽이, 반딧불 다 꿈을 꾼다는데 뭐 나도 꿈꾸며 사는 거지.


파브르 곤충기가 3천 쪽 4천 쪽이라는데...

곤충기라기보다는 인류애 담긴 문학적, 곤충학적 회고록이라던데...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지만... 안 읽었는데도 결을 알 것만 같아진다. 아니 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내 글도 그런 걸까. 위대한 작품에 날 비벼보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도 내 글에 대해 대충 알 것만 같아서 그냥 넘어가는 건 아닐까? 내 글에 어디서 담고 덜어야 하는 걸까? 생각이 많아진다.


유은실 작가의 순례주택의 순례 씨가 되고 싶다. 사랑하는 수림이에게 자를 선물해 주는 넉넉하지만 분수를 아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분수를 알려준답시고 줄자만 덜컥 주는 꼰대가 될까 봐 무섭긴 하지만. 아니지 근본적으로 6동 빌라의 집주인이 되긴 힘들겠지만.

파브르 박사님이 애정 어리게 곤충을 바라보던 것처럼 나도 내 글을 바라봐야지.

눈이 이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마음의 눈이 깊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늙어서도 꼭!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무엇이든 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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