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취향
처음. 만나면 이름을 교환하고 간단한 가족관계 그리고 어디 사는지 정도의 신상정보가 교환된다. 다음으로는 먹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뭘 좋아하는지 못 먹는 게 있는지 그러다가 점심 식사를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는 점심 메뉴들 중에 좋아하는 메뉴는 당연하게 겹치고 친근함이 한 발자국 더 가깝게 다가온다.
[점심 먹으러 가요!] 직장 생활하며 이만큼 달콤한 말은 [월급날이다]와 퇴근하면서 하는 인사[내일 뵙겠습니다] 정도 일 거 같다. 달달하게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신난다. 먹는 거 선택이 제일 우유부단한 나는 [다 잘 먹어요],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하며 한 발자국 뒤로 떨어져 누군가 골라주길 바란다. 선택하는 분들은 고민스러우려나? 아니길 바라며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쫄래쫄래 따라나선다. 누군가의 메뉴선정에 좋아요 라는 대답과 충실한 수저 젓가락질로 점심을 잘 먹고 나면 마음까지 포근하다. 점심 한끼 먹고 무언가 더 들어올 자리가 없는데 누군가 말을 꺼낸다. [커피 한잔 할래요?]
08년 발매된 브로콜리 너마저의 [두근두근]을 들으면 커피를 싫어하면 쌍화차을 좋아하면 어떡해라는 가사가 있는데 6년 지나 14년엔 폴킴이 단도직입적으로 [커피 한잔 할래요]라고 묻는다. 다른 취향의 차보다 커피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국룰이 되고 말았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한발자국 더 가까이 간다.
식당가가 즐비한 먹자골목엔 프랜차이즈 커피숍부터 개인 사업자 커피숍까지 다양하게 많다. 이렇게 많은 커피숍이 유지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우리 동네만 해도 웬만한 프랜차이즈는 다 들어와 있고 개인 상호를 달고 있는 커피숍부터 24시간 무인카페까지 어마어마하게 많다. 한 블록 안에도 3개가 붙어있기도 하고 한 동 안에 20여 개가 다닥다닥하다.
이만큼 많은 커피숍들이 유지되는 건 우리에게 서로에 대해 더 가까워 질 공간이 필요해서 아닐까? 그 공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묻고 대답하고 조금 조금 더 가까워진다.
[커피 한잔 할래요?] 오늘도 식후땡으로 커피를 먹자 하신다. 랑랑 씨는 커피 말고 딴 거 마셔요.라고 배려받는다. 대학 때 알바로 건설회사 아파트 준공사무실에서 커피믹스를 열심히 타다가 커피가 싫어져서 지금 까지 아메리카노도 커피믹스도 취향으로 갖지 못했다. 모두 커피를 마실 때 나는 홀로 자몽차를 마신다. 씁쓸한데 달고 달면서도 묘하게 씁쓸한 자몽차를 마시며 커피의 맛을 상상해 본다. 내 취향을 알아주기 시작한 직원들이 고맙다. 커피를 싫어하면 다른 거 먹자고 해줘서 고맙다. 자몽차를 한 입 가득 빠방 하게 머금고 남모르는 다짐 한다.
일 잘하고 싸가지도 있는 동료가 될게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