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모임
몸이 가볍습니다 글도 가볍게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무거나 써도 좋을 거 같아서 잠깐 자전거에 걸터앉아 글을 찍고 있습니다. 아침엔 알바몬으로 전방 15킬로미터의 모든 직종을 찍어보았습니다 점심엔 운동을 다녀왔어요 지금은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조금 있다가 술 모임이 있습니다. 나오는 길에 좋은 음악 하나 들었는데 오늘 여기에 누웠습니다. 나는 좋으면 하나만 팝니다. 그게 애정인 거 같아서 100번은 들어야 합니다. 내 귀에 달달 합니다. 내일 나는 이 가수를 나무위키에서 검색할 겁니다. 오랜만에 봄노래를 만났습니다. 아 모임 시간에 간당간당해졌어요. 빨리 가야 해요! 늦는 건 너무 싫어요.
몸이 가볍습니다. 얌전하게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오늘 종일 누워있던 음악을 들으면서 갑니다.
오전엔 우울했습니다. 알바몬에 수많은 점들 중에 날 채용하는 곳이 없다는 사실이 서글펐습니다. 점심. 나 혼자만 차려먹는 음식은 졸라 맛없습니다. 그리고 설거지도 싫어요. 나는 J이지만 이런 거 계획하기 싫어요. 게으른 J입니다. 게으른 미니멀리스트입니다. 저녁은 분위기가 나 때문에 다운될까 봐 자전거를 타고 전력질주 했답니다. 물 한 통을 다 마셨어요. 자전거 덕분에 잘 놀고 들어가는데 텐션이 올라가 있어서 집에 가기 아쉬웠데요. 자발적인 신데렐라가 되어서 후다닥 택시를 탔어요. 택시 안에선 You raise me up이 나오는데... 내 이어폰 음악이 훨훨훨 더 좋은데 음향이 두 개가 겹치니까 어지럽습니다.
나는 술은 마셨지만 취하진 않았습니다. 한 문단을 퇴고하고 또 퇴고하고 글 하나를 미친 듯 찍고 있습니다. 아저씨는 제게 익숙한 길을 열심히 달려주십니다. 아저씨도 익숙한 길이실까요? 저녁 봄바람은 찹습니다. 택시 안이 추워요. 네비가 과속을 방지하느라 띠링거립니다. 귀에 사운드가 겹칩니다. 아저씨가 조용히 가주셔서 다행이에요 타이핑하며 말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점점 더 익숙한 길이 나오고 눈이 감겨오는데 네비가 말을 거는 듯 띠링거립니다 과속방지 멘트가 나오고 눈은 감기는데 계속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랑인가 봅니다. 활자야 제발!!!!
나는 10년 뒤엔 어떨까요?? 지금도 이렇게 버거운데 잘 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짧은 거 같은데 막상 마주하는 긴 하루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찹습니다.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미친년 된냥 귀에 들리는 음악에 춤 한판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서 마음을 접습니다. 내일 누구 엄마가 공터에서 미쳐있더라는 소리를 듣게 할 순 없으니까요. 술이 취했으면 했을지도요. 술이 덜 취했네요.... 없이 살고 싶다가 아무것도 없으면 헛헛할 거 같기도 하고 나도 19호*를 갖고 싶고 나는 참 초라합니다.
일하면 또 이 생활이 그리울까요? 아이들은 게임 중일 거라 10분만 참고 있습니다. 들어가면 술 먹고 왔다는 이유로 볼을 비빌 겁니다. 자라고 하면서 사랑한다고 얘기해 줄 거예요. 화가 나는 일은 내일로 미룰 거예요. 내 모습도 화가 나거든요. 나는 계획형 인간이라 내일 아점저 다 준비해 두었어요. 오늘의 화도 내일로 미뤄 봅니다. J는 화도 내일로 계획하나 봐요. 내일 나의 행복도 계획하면 이쁠 듯한데 그런 건 할 줄 모르나 봐요. 아쉽습니다.
나는 글을 쓰려고 이따위 글이 너무 쓰고 싶어서 그렇게 울었나 봐요. 반짝이는 눈도 없으면서 내 연민에 허덕입니다. 자기 객관화 잘합니다. 없는 것을 쥐어짜 냅니다. 마중물을 퍼냅니다. 어른다워야죠. 책임감이란 그런 거죠. 술 처먹고 얌전하게 잡시다. 근데 내 애들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이뻐요. 입에서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들 그리고 못할 말들이 애들에겐 너무너무 쉽게 나와요. 나는 균질한 사랑을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데, 나중에라도 이 글을 읽는다면 엄마의 모지리를 이해해 줬음 하는 욕심을 내봅니다. 윤동주의 자화상을 기억해 봅니다. 미워서 돌아가는 아줌마가 있습니다. 밉다 밉다 아줌마.. 이제 들어가 자야겠어요. 얌전하게 자려합니다.
얌전히 집에 들어왔는데 이 어린이들 엄마한테는 관심도 없고 민망합니다. 거기다가 이 글은.. 어떻게 올려야 할지... 그렇습니다 창피한 글입니다. 아들이 제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같이 듣자고 합니다. 이어폰 한쪽을 내밀었습니다. 아들은 내 취향에 괴리감이 큰가 봅니다. 이어폰을 내려놓고 말없이 라면을 끓입니다. 아빠는 자고 엄마는 술에 취했고 아이들은 라면을 끓이고 다 컸네요. 라면 냄새는 매력적이지만 먹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닮았지만 다른 취향의 인간으로 살아갑니다. 내 취향을 닮아주길 바라며 살아왔는데 살짝 허무합니다. 이강승의 [우리가 맞다는 대답을 할 거예요]가 제 귀에는 지금 한 NN번 반복 되고 있습니다. 술 먹은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들으면서 퇴고도 하고 일기처럼 읽기도 하고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만 백만 스물두 번 합니다. 노래는 좋은데 내 글은 민망합니다. 이거 전기낭비예요. 나도 알아요.
내일 아침에 가벼웠으면 하고 씻으러 갑니다. 우르르르 양치를 하러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또 익숙한 하루가 펼쳐질 거고 나는 또 익숙하게 살아갈 거고 또 살아가겠죠. 그리고 글 등록한 나를 원망하겠죠. 인생사 그렇습니다. 성인이라면 책임감 있게 살아야 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그 모든 순간은 우리가 맞다는 얘기를 할 거랍니다. 비밀을 들켜도 난 여기 있을 거래요. 아 갑자기 Not going anywhere 이 생각납니다. 내가 아껴듣는 음악인데 갑자기 오버랩됩니다. 심쿵!! 넘 오래간만인데.. 역주행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봄이 이렇게 옵니다. 아이들은 저 몰래 패드를 가지고 들어가 작은 소리로 보고 있는데 패밀리 링크를 써서 강제잠금을 할까 얌전하게 노크를 해서 타일러볼까 고민합니다. 인생 다 이런 거겠지.. 싶다가 나쁜 엄마가 싫어서 신랑을 깨워보지만 미동도 없네요ㅠㅠ 제가 아들방에 노크를 해보겠습니다만 좋게 시작해서 분노로 끝날수 있습니다. 담담하게 이 구역에 좋은 엄마 나쁜 엄마 재수 없는 엄마 인정머리 없는 엄마까지 다 해볼게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데 나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모르겠을 때는 자는 게 약입니다. 시간이 약이 아니라 자는 게 약이에요. 잘 자요. 내일은 계획한 거 다 안되길 바라봅니다. 뭐 그런 날도 있는 거구나 넘어가줘요.
아들 방 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눈을 감고 심호흡 30번째입니다. 전지전능하신 나님께 기도합니다. 제발 넘어가줘요. 제발.. 기도빨이 안 먹힐 거 같아요. 울고 싶어 집니다. 안 자면 소리 지를 거예요. 소리 지르기 전에라도 꼭 눈 질끈 감아봅시다!! 소리 질렀다면 1절만 하기로 해요..
1절만 하기로 해요.
저는 한 달에 한번 술 모임이 있습니다. 3월 모임 후 귀가하며 택시 안에서 취직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써 내려갔던 글입니다. 5월 드디어 취직을 했습니다. 5월 모임을 가려고 하면서 글이 조금 아까워서(?) 묵은 글이지만 3월의 저를 생각하며 글을 발행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응원과 희망을 보냅니다
*19호실로 가다 레싱 도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