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영업하기

영업당했다!!

by 랑랑

요즘은 무언가 좋아하는 과정을 덕질이라고 하던데, 덕질은 나무위키로 그 사람의 지나온 시간과 취향을 판다. 내가 좋아하는 률은 호크니그림을 좋아하고 태지는 프라모델과 RC카를 좋아하고 해철 옹은 만화책을 좋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지는 않는 것을 놓고 최대한 근접해 본다. 프라모델 RC카는 내겐 재미없어 보이니 그냥 구경하고 호크니 그림은 전시회를 가보고 만화책은 열심히 내 분야로 파본다. 그러면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아스라이 먼 그대들도 언젠가 이 길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는 머글이 덕질하는 이상적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연중행사. 미용실을 다녀왔다. 조금 자르고 세팅을 하고 집에 왔더니 큰 아들이 누굴 닮았다며 한참을 고민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한참을 쥐어짜더니 아!!! 탄성을 뱉으며 내 폰을 뺏어서 엄마 기다려봐. 하고 열심히 찾는다. 네이버 웹툰 소녀의 시대 [나리]랑 엄마랑 닮았어!!!! 아 ㅠㅜ 웹툰 주인공이랑 닮았다며 보여주는데, 주인공이니까 이쁘겠지 하는 설렘반 아들의 오컬트 취향에 혹시나 기괴함일까 싶어 두려움 반이었는데 다행히도 이쁘고 귀엽다. 이쁘고 발랄한 고등학생 여주인공♡ 홀리듯 영업 당해 열심히 보고 있다.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어쩜 이런 보물 같은 작품을 알려주니!! 나의 웹툰 덕력이 무색해지는 너의 덕력과 영업력에 푹 빠졌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나리 이야기하면서 스포 해달라며 이야기하고 싶지만, 3일 동안 1부까지 달렸다!!! 스포는 정중히 사양한다!! 아 너무 재미있어!!!


여름은 아이스크림의 계절이다. 냉동실에 8개 10개씩 쟁여놓는데 아이들의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부담스럽다. 일주일 평균 3번은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 간다. 스테디셀러 비비빅, 죠스바, 스크류바, 바밤바에서부터 맛난 아이들 요즘 나온 아이들 구슬아이스크림 빙수아이스크림 큰 컵 빙그레 투게더 같은 것들 맛난 아이들 천국이다. 뭐든 다 괜찮은 줄 알고 내 마음대로 사다 주었는데 요즘은 마음엔 안 드는지 주문을 직접 한다. 요맘때 플레인 말고 복숭아 맛 사다 주세요. 수박바 중에 씨 없는 것으로 위아래 바뀌어있는 것으로 사다 주세요. 이런 디테일함으로 날 괴롭힌다. 얼마 전엔 정말 맛있는 아이가 있다고 나에게 이야기해 줬는데.. 아 이름이 뭐더라... 까지 쓰고 아이스크림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냉동고를 열어보았다. 더블더블이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다며 사 올 때 2개 꼭 잊지 말라는 지령까지 받았다. 쭈쭈바 형태인데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애들 입맛에도 맛있는지 자주 품절이다. 파파야 슬러시 맛 반 오렌지 슬러시 맛 반. 이 맛이 제일 좋다고 한다. 그래서 종종 뺏어 먹는다. 엄마 두 입만 주라~! 더블더블이니까 두 번 먹어야 두 가지 맛을 다 먹을 수 있어. 맛 영업해 놓고 아는 맛이 더 무서운데 안 주면 섭섭해!!!


영업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업하지도 않았는데 가까워지고 싶어 다가가기도 한다. 친해지고 싶은데 가장 좋은 건 취향을 더 잘 알고 싶은것 공유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새 매너리즘처럼 하고 싶은 거 원하는 거 뻔히 보여도, 그런 오래된 사소함도 사랑한다.

가까워지고 싶어서 낙향동천이화정 탈춤도 춰봤고, 클래식도 들었었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가까워지고 싶어서 차량뒤에 차량명 열심히 읽는 어린이가 되고 있다. 가까워지고 싶어서 부동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육아 유튜브도 보며 열심히 육아했었다. 가까워지고 싶어서 아쿠아로빅도 요가도 달리기도 한다. 친해지고 싶음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이런 것일까?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이 호감형일까? 나의 취향의 어느면을 좋아하고 매력 있어할까?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안다. 내 어려운 성격에 안 맞는 취향들도 있을거라고. 싫은 점도 많을 거라고.

요즘 계속 끄적거리는 글과 내 만족에 읽는 책들, 못낸이가 뱉어내는 무시무시한 언어들, 변함없는 플레이리스트들. 뭐 가끔 단것만 먹거나 니글한 것만 먹거나. 극단적인 선택들과 계획적이지만 게으른 일상. 게으르지만 부산거리며 투덜거리는 소심함. 뭐 이 모든 것도 내 취향이니까. 별로 매력없는 취향들도 있어서...

그래서 그런지 내 취향을 있는 그래도 인정, 존중해 주는 것이 요즘 더 고맙다.

나를 오나리로 봐주는 그 시선도

한 입만 두 입만 아이스크림 뺕어먹는 찌질함도 사랑해 줘서

찌질한 내 글을 읽어줘서

오늘도 고마워요. 나도 브런치 글을 정독하는 하루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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