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다가 불현듯
요즘 요가를 하다 보면 부쩍 내게 날 믿어주자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필라테스, 아쿠아로빅, 러닝까지 이제 운동의 생활화도 되었고 실제 근력이 좀 늘었다. 인바디 상으로도 그렇고 실제 가동되는 내몸을 느낄 때도 그러하다. 실제 나아진 몸에 내 믿음을 더하면! 오른발을 왼발을 옆구리를 천골을 더 우직하게 몸을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믿는다는 명제 뒤에 이제 뒷받침되는 근력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몹시도 뿌듯하다.
얼마 전에 귀농이란 시를 썼다. 사실 이 시는 중학교 때 썼던 시 두세 편을 내 기억 속에서 편집해서 완성한 리마스터링(?!) 한듯한 시이다. 그때 처음으로 국어교과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고 그해 시화전에 내 시를 가장 이쁘게 써주셨고 내빈들께 많은 칭찬을 받았다. 엄마를 팔아 쓴 시가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뿌듯하고 으쓱했었다. 그때 썼던 다른 시엔 귀농할 때의 엄마와 쑥뜸을 하는 엄마의 다짐들을 썼었는데 그 시는 왠지 마음이 아파서 차마 끝맺음을 할 수 없었다.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아빠랑 그 시골마을에서 8년을 보냈을까? 그 고단함을 읽으려 할 때마다 눈물이 났었다. 그 마을에 살며 나와 동생과 엄마와 아빠도 각자도생, 각개전투를 해왔다. 하지만 더 슬픈 건 각자도생 하던 우리는,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같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저녁에 천장을 보고 잠을 자기 위해 누워있으면 옆에 동생이 있고 엄마 아빠가 있는데도 혼자라는 사실이 쓸쓸했다. 우리의 다짐이란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이라는 게 참 가볍고 쓸쓸했고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참혹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 슬펐다.
시 리마스터링이라 해서 그렇지만 내겐 기록하지 못한 시들이 더 있다. 기록을 하지 않은 인간의 최후은 이렇게 비굴한 것이다. 가슴에 콱 남겨놓던지 아니라면 정성스레 남겨두었어야 한다. 아까운 내 시구절은 어딘가로 바래지듯 빨려가듯 사라졌다. 요즘 이렇게나마 글을 남기는 나 자신을! 나의 다짐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예술이 모두 돈벌이가 될 수 없지만 나는 나의 글이 나를 더 강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힘이 되게 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갑천을 달리며 다짐한다. 오늘 하루도 잘 소화해 내고 글로 내 마음을 적어보자. 표현해 보자. 그러다가 나를 위로해 주는 글이 타인도 위로해 줄 수 있게 되길 더 간절하게 노력해 보자!!!
또 어떤 다짐은 타인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너에게는 다신 나를 무이자할부 카드처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했고, 가까운 그분에겐 내게 엄마흉을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고쳐지진 않은 듯 하지만 이젠 들어도 도와줄 수 없고 다짐을 깨부수고 다시 똑같은 말을 들어도 달갑지 않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조금 더 현명한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한데? 하지만 내겐 이것이 최선이다. 살면서 무너지는 다짐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 어떤 다짐은 마음은 큰데 잘 해내지 못한다. 화내고 싶지 않은데 짜증 내고 싶지 않은데 잔소리하고 싶지 않은데 3단 콤보를 다한다. 믿는데 정말 믿는데 행동은 믿어주질 못해서 미안하다. 더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 혹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혹은 뭐가 뭔지 모르고 기분에 휩싸여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 일렁일 때, 그때 내 다짐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파도처럼 불안감이 현실이 될 때 나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 그래서 어떤 다짐 앞에서는 서성거리기만 한다. 그리고 울었다. 너를 잡고 미안하다고 울었다. 비 오는 아파트 상가 처마아래에 서서 다음에 내가 또 그러면 내가 그 어떤 지랄을 해도 네가 미안하다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연기 해달라고 그렇게 밖에 못하는 나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오늘 요가 선생님의 주문은 손이 발이 된다. 손이 내 우주를 지탱한다. 믿어보자고 손에 힘을 바짝 주고 아랫배에 힘줘본다. 하지만 손에게 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자세는 다짐과 별개로 몸은 내 마음대로 마냥 움직이지 않는다. 속상하다. 구동되지 못하는 몸과 하고 싶은 마음사이에 거리감을 느낀다. 그래도 내게 속으로 다짐한다. 그래도 믿어보자! 고 다짐한다. 믿어보고 안되면 다시 하면 되는 거지! 하고 내게 주문을 건다. 그 어떤 다짐도 그 어떤 실패도 괜찮다. 그저 하고 있어주는 지금 나를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내 다짐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