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최애 최애 최애

by 랑랑

운전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3 보이상이면 승차한다 들었다. 나도 3 보이상이면 승차할 생각에 골똘하다. 내 차는 자전차이다!


자전거 정말 좋아한다. 약속이 잡히면 일단 버스노선 소요시간과 자전거 소요시간을 비교해 본다. 시간이 얼추 비슷해 보이면 10-20분 더 잡아서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안장에 앉으면 앉은자리의 위치 때문에 보는 풍경이 조금 달라져서 다른 각도들이 보인다. 성장기를 거치는 아이가 된 느낌도 공기가 조금은 상쾌해진 느낌도 든다. 천변의 나뭇잎이 엎치락뒤치락거리면 내 마음도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럼 나가는 길 기분이 한결 다르다!! 운동의 효과인지 자전거의 효과인지는 자연의 효과인지 명확히 따져본 적은 없지만 기분이 확실히 다르다. 시간이 촉박해서 자전거를 못 타고 버스나 택시를 타고 외출할 때랑은 완연히 다르다. 다르다.


바람이 내게 달려드는 그 순간들이 좋다. 바람의 수많은 단계들이 내 속도에 따라 그날의 온습도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다르게 펼쳐진다. 눈으로 보이는 풍경들도 좋다. 계절의 변화도 같은 시간 지나가는 사람들의 변화도 갑천의 변화도 다 좋다. 내가 골랐지만 내 플레이 리스트들이 다 좋아진다. 손을 까딱거린다. 손으로 바람을 잡아본다.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 끝으로 왔다 갔다도 하고 피아노 치듯 까딱 거리기도 손으로 박자도 맞춘다. 이렇게 손유희를 할 때면 큰아들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오늘도 식탁에서 손유희 한다고 혼냈는데.. 너도 너만의 공간에서 손유희를 하렴. 너만의 공간을 찾길 바라.


페달을 밟으면서 하는 생각들은 신나고 즐거우면 배가 되고 슬프고 우울하면 나눠진다. 고3때와 2년 전, 정말 인생 여기가 바닥인가 싶었을 때 자전거 덕분에 힘이 났다. 여기가 바닥이 아닌 지하인 것 같기도 하고 세상 이렇게 외로움이 기본값인가 싶어서 우울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 자전거를 타서 어디론가 훌쩍 다녀오면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눈으로 바닥을 치는 나를 보고 몸으로 겪어내고 울고 불고 고함도 절규를 쳐도 그 순간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났던 내리막이 돌아가는 길 오르막이 되고 힘들었던 오르막 뒤엔 내리막길이 기다린다는 걸, 시간을 보내고 움직여야 다시 바뀌게 되는 것임을 자전거와 함께 확인했다. 슬픔과 우울함을 기본값으로 가지고 사는 것이 일상이지만 자전거를 타려면 힘을 내야 하고 힘 내준 다리에게 고맙고 일상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나에게 고맙다. 그렇게 위로받는다.

그러면 즐거움은? 즐거움은 그저 즐겁다. 마음이 부푸는 것도 설레는 것도 행복한 것도 벅참도 마음껏 만끽시켜해 줄 수 있다. 조금 오버한다 싶을 정도도 부풀었던 마음도 여정의 끝에 도착할 때쯤이면 그 기분을 조금은 정상적인 수치로 내려 앉힐 수 있다. 내겐 날 것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친구이자 신경안정제이다.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 출근길에 밝은 에너지를 충전해서 간다. 퇴근길 밝은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하는데 방전되는 이 느낌은 뭘까? 제일 가까운 아이들한테 잘 못하는 거 같아서 내심 찔린다.

모임에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적당한 에너지 소모는 기분이 좋다. 나의 애매한 성격을 보완해 주는 것 같아서 좋다. 긍정적인 마인드로의 변화 거기엔 자전거가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한결 시원해졌다. 어림없는 상상이긴 하지만 팔로 빠져나가는 바람을 느낄 때마다 비행기의 양력을 미세하게 느낀다. 나의 팔의 각도에 따라 미세, 미묘하게 흐르는 양력을 느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커다란 비행기가 된 기분이다. 거대 동체가 된 듯함을 내가 느낄 수 있다니 한결 더 기분이 좋아지면서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린다. 음악이 더 즐겁게 들린다. 생각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풀린다. 미웠던 감정도 슬펐던 감정도 뭐 별 건가 싶은 너그러움도 생긴다. 이 느낌 이 기분이 오래가진 못해도 그래도 지금 이렇게 느낄 수 있음이 알고 있음이 너무 감사하다. 다시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면 다시 자전거를 타면 된다.

감사할 줄 모르는 내가 이렇게 하루 종일 감사함을 예찬할 수 있은 자전거 타기이다. 나의 최최최애이다. 글을 쓰고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할 때는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선한 수분 가득한 바람을 느끼고 시원해진 바람에 너그러워진 표정을 느끼고 반대편을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스치며 출근하면 좋겠다. 좋은 꿈을 꿔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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