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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Apr 21. 2018

나는 너를 본다

너를 통해 보는 나

  벽 6시 30분. 짙푸른 하늘을 가르며 국제선 비행기가 뜬다. 날을 지세워 졸린 두 눈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대한민국을 내려다본다. 몇 번인가 찬찬히 내려다본다.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고, 곧 다시 온다고 고양이의 눈인사로 검은 하늘 뒤 얄궂은 유리. 그 앞에 비치는 얼굴을 안심시킨다. 너는 비겁하지 않았다고.....


  나는 너를 본다. 작은 배낭을 메고 홀로 공항을 나서는, 낯선 공기와 시간을 헤집어 구불거리고 정리되지 않은 긴 머리카락. 쓸어 올리는, 그들의 멋만이 실종된 거리에서 나는 너를 본다. 이미 동화된 듯 찾을 수 없는 너를. 나를 찾는다.


  이아페토스의 아들은 웃지 않는 광대를 기다린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았던 하노이의 낮은 자유로운 듯 자유롭지 않은 영혼들의 재회를 허한다. 이내 가족을 택한 이와 꿈을 택한 이의 어설은 인사가 오간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누구인가 말했다. 젊음의 뒤안길은 어디 있는가. 대답하는 이가 말했다. 나는 이곳에서 보았노라. 너를 찾다가 보고 말았다. 젊음의 뒤안길에 숨어 있는 너를 찾고 있는 나를..... 너와 함께 서있는 나를... 씁쓸한 표정의 얼굴들은 애써 웃었다.



웃지 않는 광대가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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