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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Apr 23. 2018

경이로움 앞에서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나서는 아침

차창 밖으로 보이는 타자의 삶은 언제나 경이롭다



  16층. 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넓은 집 안에 정적이 흐른다. 간혹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건물 짓는 소리가 들려온다. 습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불쾌한 감정인지 설렘인지, 육체의 피곤함인지 모를 감각이 몸을 휘감는다. 그것은 몸 안에서부터 몸 밖으로, 몸 밖에서부터 몸 안으로 퍼진다. 친구라 하는 타자가 살아가는 삶의 단편 속에 거한다는 것은 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좋은 자극이다.



병원이다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습한 공기, 도로 위의 오토바이, 흐린 하늘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병원에 갔다. 친구의 손에 붙들려 얼떨결에 따라간 곳에서 놀라움을 경험했다.



이 세계와 접촉한지 48시간. 이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치만 확인하고 찾아간 병동에서 소리 없는 탄성을 봤다. 그것은 경이로웠다. 그들은 아니 공통의 시선 앞에서 우리가 된 사람들은 작은 생명체의 미세한 움직임에 하나같이 반응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생아가 다 자란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현장이었다.



정지. 늙음과 죽음을 향해 과속하는 고속도로 위의 인생에도 정지 간판이 있을까 



  병문안을 간 곳에서 쉼을 얻고 나왔다. 기찻길이 보였다. 마침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4일동안 달리는 장거리 기차라고 말이다. 설명이 부족했다. 이 눈에 기차만 보이지 않았던 터다. 눈 앞에 생생히 보였던 다른 것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었다. 허나 묻지 못했다. 기차가 지나간 자리, 생과 사의 자취만 보였기에.....


  어제 산 치즈를 입에 넣는다. 나는 안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치즈의 풍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사람들은 젖 짜는 기계에 소의 젖꼭지를 맞춘다. 젖 짜는 기계의 구멍 개수는 적다. 하지만 소는 많은 젖꼭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의 젖꼭지를 자른다. 젖 짜는 기계의 구멍 개수에 맞춰서 말이다. 우유는 그렇게 나왔고 치즈는 그런 우유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나는 착취의 맛을 느낀다. 이 맛은 풍부하고 감미롭다. 더없이 감미롭다. 이것 역시 경이로울 뿐이다.


  이제 또 다른 경이로움을 맛보기 위해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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