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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드레

감정 예보

by 인디 공책
열여드레 하나.jpg 열여드레 - 감정 예보



날씨의 변화를 예측해 미리 알리는 일기 예보처럼 그날그날 감정의 변화를 예측해 알리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 신비로운 자연보다 더 오묘한 사람의 마음, 한 길을 알 수 없으니 이날의 괴로움이 더해 간다.


오늘(열여드레) 감정은 얼굴이 대체로 어둡고 가슴은 공허함이 오는 곳이 있겠다. 눈과 다리, 어깨 부근에는 불가시 거리 200m 이하의 짙은 무기력이 끼는 곳이 있겠다.


열여드레 심상청에 따르면 오늘 감정은 '별'과 함께 본 영화들을 추천하는 넷플릭스의 영향을 받겠다.


이에 따라 오늘은 슬픔이 흐르고 눈물이 오겠다. 오전에 식탁에서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겠고 낮에는 벙찌고, 밤에는 침대에서 뒤척임이 시작되겠다.


룸메가 외출한 방, 2층 침대에는 내일(열아흐레) 아침까지 꿈(이별의 순간 또는 사랑스러운 기억)이 이어지는 곳이 있겠고, 그 밖의 폰을 꼭 쥐고 있는 손에도 아침까지 산발적으로 감촉의 기억이 신기루처럼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우울량은 가슴, 머리에서 20~60mm(많은 곳 갈비뼈 사이와 심장 언저리, 명치 부근 80mm 이상), 뒷목(머리채 제외), 폐에 5~30mm, 그 밖의 숨구멍에 5mm 내외다.


오늘과 내일 이별의 단상이 머무는 산책길에서는 현실감의 불가시 거리가 짧아지고 걸음에 힘이 없겠으며, 특히 커플을 보면 짜증의 감정이 끼면서 깊은 한숨이 매우 많이 쉬어지는 곳도 있겠다.


심상부 국립일상감정원 하트코리아에 따르면 오늘 감정지수는 비 오는 날의 방콕 여행과 넷플릭스 영화 추천의 영향으로 감정 상태가 대체로 '우울' 수준이겠으나 일부 산책길에서는 커플들의 대량 목격으로 분노 발생 짜증의 감정이 축적돼 늦은 밤에 뒤척임 세기가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립일상감정원은 오늘 자존감이 한 달 중에 '바닥'~'더 바닥'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씁쓸한 웃음은 오후에 '빈번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오늘 낮 한숨 횟수는 15~22번이 되겠다.


하나 신비로운 자연보다 더 오묘한 사람의 마음, 한 길을 알 수 없으니 이날의 괴로움이 더해 간다. 날씨의 변화를 예측해 미리 알리는 일기 예보처럼 그날그날 감정의 변화를 예측해 알리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열여드레를 관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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