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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날

사적인 슬픔은 언제나 병적이다

by 인디 공책
스무날.jpg 스무날 - 사적인 슬픔은 언제나 병적이다



스무날, 지나간 날들의 글을 봤다. 신종 코로나로 전 세계가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슬픔은 언제나 사적이라는 말이 있듯 나에게 있어서 이별만큼 아픈 것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병실 없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처럼 지내지만...


거울 안에 서 있는 환자가 무어라 중얼거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집 벽에 있는 작은 창문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 점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작은 창문을 확장시키는, 끝날 줄 모르는 공사 현장과 닮았다. 지난 이십여 년간 멀쩡히 잘 사용하고 있던 창문을 깨고 벽을 허물면서 창틀을 설치하는 작업은 예상외로 시끄럽고 당혹스럽다. 그래서 나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아프다는 것은 당연한 거다.


이별은 고통이다. 세상을 보는 창문이 깨지고 벽이 허물어진 집에 멍하니 주저앉은 경험이다. 집을 잃은 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고 외부로부터 자신의 지키거나 누군가를 품어줄 수도 없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이 당연한 거다.


누구나 자기가 제일 힘들다. 그러니 더 슬퍼하고 더 분노하고 더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너만 힘든 게 아니다. 다 자기가 제일 힘드니까 잠깐 너만 생각해도 괜찮다. 다만 이별이 가실 때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보자. 네가 찾던 사랑스러운 얼굴들일 테니 다시 얼굴을 들어서 웃어보자. 이제 네가 그들의 옆이 되어주자.


거울 밖에 서 있는 환자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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