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스무이레 밤, 산책길에 신부님이 말했다.
"풀아,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아갈 때 네 삶의 궤적을 뒤따라온 너만의 매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거야"
"너무 낙심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서 네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혹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산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을 거야"
집에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맥주 한 캔을 다 비웠다. 그리고 그 밤은 단잠을 잤다.
스무여드레 아침을 맞이했다.
샤워를 했다. 옥상에 올라갔다. 기억의 단지를 봤다. 더 이상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늘 같은 모습의 흐노니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눈물로 절이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잠시 망설였지만 재활용 플라스틱 통에서 자란 녀석들 중에서 제일 건강하고 멋진 녀석을 기억의 단지에 옮겨 심었다.
뿌듯했다. 기분이 좋았다. 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녀석과 함께 셀카를 찍었다. 정방형으로 찍은 사진에 녀석도 '나'도 정말 잘난 모습으로 나왔다.
백칠십오에 칠십오.
어디 가도 부끄럽지 않은 운동신경과 신체 나이.
여자 사람 친구가 인정한 평균 이상의 동안 외모.
대부분의 이성들이 좋아하는 꿀성대의 소유자.
부자나 빈자도 '나'와 동일한 인생의 무게를 가졌다는 생각과 태도.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를 고민하고 인정하려는 의지적 습관.
운전기사를 대동한 어느 회장님에게 '좀 드실래요'라며 초코파이를 건네는 엉뚱함.
실패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근성.
타고난 요리 센스로 음식을 만들어 이웃의 입을 즐겁게 하는 재능.
부하지 않지만 언제나 부족함이 없는 웃음으로 이미 충분한 가족.
머리는 차갑게 하고 가슴은 뜨겁게 하라는 말의 의미를 일상에서 찾고 있는 인생 여행자.
흠, 좋은 걸.
사진을 보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져 본다.
이식(移植)하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