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약속된 시간

by 인디 공책
그믐.jpg 그믐 - 약속된 시간



인간사, 공평과 정의를 제외하고서 웬만한 것들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웬만한 것들 안에 사적인 사랑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별의 시간을 보내며, 정말 사랑하고 사랑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을 듣고 깊이 생각하며 그의 결정을 인정하고 그대로 따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변변치 않은 기억의 주머니로 이별의 이유를 만들어 원망과 감사와 기쁨과 분노와 슬픔을 넣고 결국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고 결국 사랑을 했다.


'별'을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별'과 함께, '나'와 '풀'이 이해하고자 했지만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진심으로 '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한다.


이제 내가 나를 사랑할 차례다.


그믐, 제풀에 약속된 시간이 지났고 결국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이건 제법 괜찮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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