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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Jul 10. 2018

'진짜'를 찾고 있을 너에게

혼자 하는 잔소리

어디든지 진짜는 있다



  가 아프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날이 덥지 않다는 것이다. 배가 아픈데 덥기라도 했으면 함곡관 문을 열고 항우를 맞이하는 유방처럼 화장실에서 진땀이라는 녀석을 삐질삐질 흘리고 놈의 소리만을 기다렸으리라.


  밤은 깊었는데 잠은 오지 않았고 놈의 소리가 지나간 이후에 벽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그날을 생각하게 했다. 빌어먹을 낭만은, 현실이 얼마나 추하던지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오는 녀석이었나. 이제는 정말 기억나지 않는 그의 모습과 그날과 같은 지금의 밤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다. 더 이상 편하게 잘 수가 없었다.


  그날. 심장이 멈추는 날까지 어른이 되기 위한 수업은 계속되겠지만 꼰대스럽게도 그이에게 해주고픈 말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참고 또 참았고 덕분에 글이라는 것을 쓰게 하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인연이다.


  내게 타이틀이 있다면,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다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금의환향의 모양새를 갖추게 하는 그놈의 타이틀이 있다면 조금 더 당당하게 잔소리를 할 수 있을까. 풋. 어른도 아닌 것에서 듣는 잔소리라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다만 상상을 한다. 돈도 안 드는데 상상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못쓸 상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듣기에 좋은 말과 위로. 그리고 격려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것만 말하는 사람을, 그 세계를 조심하라고 말이다.


  진짜는 1차원도 2차원도 아닌 3차원의 세계에 있다.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한 가지만을 이야기하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세계다. 그 세계를 점으로만 또 선으로만 이야기한다면 이 얼마나 웃긴 비극이 펼쳐질까.


  진짜는 괜찮을 거라며 팔짱을 끼고 부추기는 구경꾼 1이 아니라 때론 네 앞길을 막아서서 절교하겠다고 협박하는 밉상에게 있다. 그는 습관적으로 외운 말들을 앵무새처럼 나열하지 않는다. 진짜는 너라는 소우주에 점도 찍고 선도 그리고, 면을 다듬는다.


  이 세계에 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A만 아는 사람과 A와 A의 대립 개념인 B를 아는 사람. 그리고 A와 B도 알고 그 사이를 건드리고 있는 사람. 개인적으로 세 번째 그룹을 좋아하지만 그건 진짜와 상관없는 이야기다. 진짜는 어느 부류에도 없고, 어느 부류에도 있다.


  살얼음이 떠다니는 물냉면 한 그릇을 다 비워도 그 가슴의 온도는, 뚝배기에 담겨 나온 순대국밥을 비운 네 가슴의 것과 같은 사람. 사랑이 던지는 과제 앞에 끙끙거리며 머리를 싸매다가 어설픈 답을 내리는 사람. 그들이야말로 네가 기꺼이 가까이해야 할 진짜다.


  다시 배가 아프다. 나 참, 타이밍이 좋게도 월터의 상상은 영화가 되고 만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벤 스틸러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밤이다. 놈의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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