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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Jul 14. 2018

젠장 헤겔

무더위에 사람이 미쳐갈 때

  리지만 잠을 청할 수 없는 밤이다. 이게 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때문이다. 저기 절대정신이 걸어온다며 시민들의 자유를 빌미로 정복 전쟁을 하던 나폴레옹을 찬양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당시 독일은 부패와 억압의 통치 중에 있었다. 개인의 자유가 발전의 좋은 방향이라고 믿고 있는 헤겔이 현재의 상황을 타계할 구세주를 바랐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유라는 미명하에 무고한 생명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전쟁이란 폭력을 미화한 것은 글쎄..... 


  헤겔에게 역사는 정반합(정립, 반정립, 종합)의 과정이자 반복이며 늘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발전의 방향은 언제나 개인의 자유 추구에 있었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국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나 헤겔과 그의 추종자들은 목적인 개인보다 수단인 국가를 더욱 장엄하게 다뤘다. 말하자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수단인 국가가 목적인 개인과 뒤바뀌었다고 나 할까. 젠장. 헤겔.


  헤겔은 앞으로 올 시궁창 같은 역사를 긍정적으로 봤다. 헤겔의 사상은 국가. 기업 우선주의에 힘을 실어 주었고 현대에 이르러서 기업보다 높은 비율의 전기 세를 개인이 지불하는 일도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마음대로 전기를 사용하는데 개인은 무더운 날에도 누진세를 생각하며 큰 맘먹고 산 에어컨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젠장. 헤겔.


  헤겔은 마르크스의 사상에 변증법이라는 토대를 주었다. 역사의 발전 과정 속에 피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극단적인 갈등을 부추기는데 근거로 사용되었던 마크스의 갈등론이었다. 덕분에 엥겔스와 레닌은 자신들의 목적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헤겔이 없었다면 피로 얼룩진 사회주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젠장. 헤겔.


  사실 헤겔을 욕할 일은 아니다. 헤겔은 단지 여러 종류의 식재료를 조리할 도구 중의 하나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결국 조리 도구의 용도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하나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도 사람 나름이니, 자본의 사회에서 힘이 없는 개인은 식당을 폐업하고, 누군가가 요리해서 한참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다가 그것마저 잘 안돼서 분통을 터트린다. 젠장. 헤겔, 미안합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헤겔, 미안합니다.



때때로 통제 밖에 변수는 정신을 갉아먹는다. 멘붕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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