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요리왕

by 인디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라는 설렘이 아니라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어야 하나, 하는 지긋한 질문에 사로잡힐 때 일상의 지난함이 덮친다. 물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쁘지만 맛집을 부러 찾아다니지 않는 나는 혼자일 때 끼니에 대한 열의가 여실히 드러난다. 식사는 무언가 입이 즐거운 것으로 나를 대접하는 중요한 일이라기보다 음식을 준비하고 치워야 하는 일상의 지겨운 과업으로 전락한다. ‘요리담당 나 - 손님 나 - 설거지담당 나’ 사이에선 스치듯 지나가는 손님 역할보다 노동하는 자아가 우세할 수밖에 없다. 맛은 마지노선만 지키고 플레이팅은 사치로 호도하여 최대한 번잡하지 않은 방향으로 끼니를 전개시킨다. 손님 역할도 귀하기는커녕 겨우 요기만 채워 쫓아내는 걸인 대하듯 박해진다.


나에 대한 매일의 작은 홀대가 쌓여 끝내 마음에 그늘이 지면 슬며시 먹방을 찾아본다. 가장 쉽게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매일 식탁이라고 한다면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행복을 느낄 텐데 나는 그 기회를 대충 때워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먹방의 세계에선 먹는 이도 보는 이도 그 기회를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한 끼로 가장 단순하지만 쉬운 행복을 실천하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된다. 그 소소하지만 온전한 행복을 아무 질투도 고민도 없이 그저 지켜볼 뿐이다. 내가 간과하고 있던 행복을 되새기면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다시 실감한다. 그리고 내일은 나도 입맛이 당기는 무언가를 먹어야지, 그런 희미한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면 마음이 편해져서 스르륵 잠든다.


타인에게는 식사는 하셨는지, 맛있게 식사 하시라든지 잘도 나불대면서 정작 내 식사의 안녕은 챙기지 않는 익숙한 아이러니를 줄여나가 봐야겠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한 끼 정도는 정성껏 요리하는 것, 요리 도구 채로 내가지 말고 적어도 접시에 담아서 대접하는 것 그리고 매일 찾아오는 식욕을 채우며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내가 나를 아끼는 작지만 큰 발걸음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하루하루 나를 돌보며 키워낸 자존감은 단단하고 건강해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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