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칼

미용실 원장님

by 청명 이영주

미용실이 아니고 당시 이름은 미장원이었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유난히 개구장이였던 나는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예쁜 아이였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순전히 어머니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싶다. 잘났든 못났든 제 자식 사랑하지 않은 어머니가 어디 계시랴. 어쨌든 어느 날 어머니가 미장원을 가실 때 따라 갔던 나는 어머니가 원장님와 몇 마디 말씀을 나누는 사이 큰 사고를 치고 말았던 것이다. 미장원에는 솜털을 다듬는 면도칼이 있었던 모양인데 나는 그 면도칼이 얼마나 예리한지 비닐 소파를 재료 삼아 실험을 해보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사단이었다.


기다란 소파가 예리한 칼날로 잘려나간 것을 발견한 어머니는 원장님께 손이 발이 되도록 사과를 했을 테고 난 모르긴 해도 볼기짝을 실컷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그것도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하던 수많은 아주머니들 앞에서 말이다. 어머니께서 그 소파 값을 물어주셨을까? 간혹 고향에 가면 그 때 그 미장원이 있었다는 길을 지나갈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미장원 사건을 떠올리고 뒷머리를 긁적이곤 한다.


지금이라도 미용실 원장님을 뵐 수 있다면 그 때 일을 사과하고 싶다. 내가 생각해도 어릴 적 나는 참 호기심이 많았다. 어느 아이인들 안 그럴까마는 내가 유난히 더 그랬다는 건 내 스스로 부정할 수 없을 정도다. 그 후로도 비슷한 사고를 참 많이 쳤는데 미용실 원장님을 비롯하여 개구장이였던 나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고 웃어 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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