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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Aug 27. 2018

Challenging : 당신은 무엇이 가장 힘든가요?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의 '밀레니얼 초등교사 연구'를 연재합니다.

Challenging : 서퍼는 힘들다


“교대에서 학교 현장으로 오면 인턴과정을 거치는 게 아니라 바로 실전입니다. ‘업무’와 ‘수업’, 그리고 ‘학급운영’을 동시에 해내야 합니다. 더구나 젊기 때문에 학교에서 부여하는 일들도 많죠. 처음으로 업무를 접하고 알아가는 과정인데 동시에 잘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시선, 학부모들의 시선이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 류짱 (11년 차 교사)


누가 교직을 신의 직장, 편한(a.k.a 꿀 빠는) 직업이라고 말했나.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바로 교사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교사는 생각보다 극한직업스러운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교직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과도한 행정업무, 보수적인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두려움, 생존을 위협하는(!) 근무환경이 떼로 달려드는 가운데 평행감각을 유지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ME(Millennial Educators), 당신은 무엇이 가장 힘든가요?


Hello ME 프로젝트(연구 소개는 여기에서)에서 우리가 만난 밀레니얼 교사들은 학급의 기획자, 그리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은 새로운 관점과 변화에 열려 있고, 역동적인 배움의 방식과 환경에 갈증을 느낀다. 그런 그들이 자기답지 못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파도타기를 멈추고 싶거나, 이미 멈추어 버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껏 서핑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밀레니얼 초등교사들에게 물었다. “학교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힘드세요?”, “자유롭게 서핑하는데 어떤 점이 방해가 되나요?” 인터뷰와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챕터는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더라도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으실 거다.  



투머치 행정업무 #시간순삭 #나는누구인가


교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아이들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학급을 운영하고, 생활지도를 하는 등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무언가를 하는 사람일 것이다. 당연히 수업 시간 외에 교사의 근로시간 대부분은 수업 준비, 수업 연구로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교사들은 ‘제발 수업 준비할 시간이 보장되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학교 업무가 너무 많아요. 수업에만 제 시간을 쏟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하루에 두 시간 만이라도 보장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돈 만지고 공문 작성하다 보면 하루가 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번에 구청에서 지원받은 예산은 재정경제부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신청할 때 너무 힘들어서 수업을 못할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업무만 하다 하루가 다 가버리는 현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연차가 쌓이다 보면 ‘수업 준비는 퇴근 후에 하는 것이로구나!’ 달관의 경지에 다다른다. 수업에 관련된 일보다 학교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탓에, 어떤 때는 자신이 ‘교사인지, 행정업무를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을 정도다. 


“교사가 아니라 방과 후 학원 관리자가 된 느낌이 들었을 때 많이 괴로웠어요.”
“의미 없어 보이는 업무를 할 때 제일 에너지가 떨어져요.”


묻고 싶다.
응, 내 일이긴 한데
정말 내 일인 걸까.

<당당하게>, 인디스쿨 닉네임 '시한부교사' 님의 교단일기



빡빡한 교육과정, 교과서 #진도나가는_기계 


학교에서 행정업무가 사라진다면 밀레니얼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파도를 탈 수 있을까? 지금보다야 나아지겠지만, 서핑에 방해가 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암초가 있으니 바로 ‘낮은 교사 자율성’, 즉 ‘강력한 국가 주도형 교육시스템’이다.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은 지나치게 빡빡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욕구를 발현할 수 있도록 돕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수업을 하다가 아이들이 조금 더 탐구해보고 싶어 할 때, 교사는 갈등한다. 진도 때문이다. ‘너무 진도에 연연하지 말자' 수없이 되뇌어 보아도, 아이들이 내년의 배움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해 자유로울 수 없다.


“조금만 더 교육과정이 유연해지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관심과 배움이 깊어지고 넓어지는데, 한 학기에 끝내야 할 교육과정 분량을 고민하며 아이들에게 개인적으로 더 공부해보라고 말하고 적당히 타협하며 넘어가야 할 때 아쉽습니다.”


교과서에도 한계가 많아 어떤 교과서는 딱 참고용으로만 사용하고 싶지만 (어떤 교사는 도덕 교과서를 ‘오리기 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교과서의 빈칸을 채우지 않으면 관리자, 학부모로부터 수업을 하지 않았다고 오해를 받을까 두렵다. 


“수업이 차시마다 끊어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영어 교과서의 단원을 보면 기가 막힌 게, 이걸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정말 생각하나 궁금하더라고요. 영어는 말이고 삶인데 너무 동떨어진 맥락으로 교과서에 쓰여있는 거예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삶을 주제로 수업하는 학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교실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우리가 만난 밀레니얼 교사들은 ‘교사의 재량권 확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답답한 조직문화 #예의를지켜라 #튀지마라


행정업무, 빡빡한 교육과정으로 인해 힘들고 또 수업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것이 밀레니얼 교사의 자존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들의 자존을 해치는 일은 주로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수업하면서) 속상한 적, 많죠. 그렇지만 내 뿌리가 흔들리거나, 내 자존을 해친다거나 하는 일은 교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아요. 내 자존을 해치는 일들은 주로 조직에서 일어나요.”


수업이든, 행정업무든 다른 교사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수행하기를 강요받는 분위기가 조직에 존재한다. 특이한 수업을 하거나,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할 때 조직으로부터 ‘튀지 마라' 강압적인 조언을 듣기도 한다. 


“튀는 것을 싫어하는 조직문화가 힘들어요. 튀지 말라는 말을 실제로 들은 적이 있어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조직,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너무 힘들어요.”


회식, 음주문화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지역, 학교에 따라 여전히 고통받는 저경력 교사들이 적지 않다.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회식자리. 막내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요를 받던 한 밀레니얼 교사가 있다. 이 모든 강제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불편함을 일부 선배교사 그룹에 들켰다. 선배들은 ‘불편하더라도 자리를 지키는 게 예의’라고 조언했다. 


“불편하지만 자리를 지키는 게 예의라는 학교문화가 있어요. 그 예의의 범주가 저랑 안 맞아요. 일부 선생님들은 저에게 ‘너는 마이웨이다'라고 하세요.”



학교 안팎의 오해들 #잘_모르시는_부분


Hello ME 프로젝트에서 ‘밀레니얼 세대 교사'라고 부르는 이들 중 젊은 그룹은 교사와 학부모 집단에서 ‘저경력 교사'로 인식되곤 한다. 다른 직장과 달리 직급이 세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언어가 생겼을지 모르겠으나 때에 따라 ‘저경력'이라는 언어는 ‘낮은 경력을 가지고 있어 미숙한', ‘신뢰하기 어려운' 교사라는 이미지를 생성하기도 한다. 우리는 밀레니얼 교사를 미래 교육을 열어가는 열쇠로 바라보며, 그들의 적은 경력보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변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신뢰가 부족한 것이 힘듭니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으니 어떤 의견을 내든 의심과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나답게 일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학교 밖에서는 경력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교사 집단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 너무 쉽게 ‘기, 승, 전, 교육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며 교육 문제 과녁의 중심에 교사를 세우는 일이 흔하다. 언론에서 마주하는 악질적인 교사 케이스를 성급하게 일반화해버리거나, 현재의 교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마음도 노력도 없이 우리나라 교육의 후진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사회의 시선에 속상할 때가 있어요. 학교, 교사에 대해 모르시는 부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의 초등학교 교육현장과 자신들이 배울 때의 환경이 전혀 다른데, 학부모님들이나 시민들이 자신이 배우던 시절을 대입해서 지금의 교육현장을 해석하고 이미 사라진 것에 대해 비판할 때 너무 속상해요. 지금은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Hello ME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교실에 적용하며 학급의 기획자로 살아가고 있는 밀레니얼 교사들을 알리고, 그들에 대한 ‘인식 전환'에 기여하고 싶다. 


“요즘 허위, 과장광고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가르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며,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이 기사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슬펐어요. 국어 교육과정에 광고 교육이 들어가 있고 아이들이 이미 단계별로 배우고 있거든요. 허위광고와 과장광고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배우고, 소비윤리 등을 알아보고 광고를 만들어 보기도 하는데, 교육과정에 없다고 기사가 나왔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본인이 배웠던 것을 대입해서 교육을 해석하고 비난하시는데, 인디스쿨에 있는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까 연구하고 고민하고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을 너무 모르셔서 답답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 관련 기사 댓글은 아예 읽지 않아요.”


<교육 사유>에서 함영기 선생님은 ‘지금의 구조는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없는 구조'임을 꼬집으며,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참여와 공존의 수업 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하여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꾀하자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육청 관계자, 학교 내 관리자들은 투머치 행정업무, 빡빡한 교육과정, 답답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학교 안팎의 오해를 개선하는 일은 Hello ME도 함께 하겠다.



참고자료   

    인디스쿨 게시판 교단일기   

    <교육 사유>, 함영기, 바로세움  




<밀레니얼 교사 연구 프로젝트 Hello ME : Millennial Educators> 보고서는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과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 진저티프로젝트가 서로의 가치에 공감하며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콘텐츠의 저작권은 인디스쿨에 있으며 공익적인 목적으로만 활용이 가능합니다. 보고서 전체의 PDF 파일이 필요하신 분은 링크를 통해 신청해주세요. 

https://goo.gl/5kmE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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