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쿨의 '밀레니얼 초등교사 연구 보고서'를 연재합니다.
밀레니얼 초등교사 연구 보고서 브런치 글 전체보기 https://brunch.co.kr/magazine/enjoythewaves
초등교사는 참으로 특이한 직업이다. 때로는 맹수처럼 달려드는 아이들을 보며 여기가 교실인지 정글인지 헷갈리곤 한다. 매년 겨울이면 수면 양말을 신어도 동창에 걸리는 교실에서 툰드라를 체험한다. 저학년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다 보면 어느새 성대결절 판정을 받기도 한다. 똥교사로 찍힐 위험 앞에서 배변의 자유를 박탈당한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초등교사는 ‘생존왕 베어그릴스', 아니 ‘분필그릴스'가 되어 있다. 연구팀이 입수한 각종 제보와 밀레니얼 교사들이 익살스럽게 만든 콘텐츠를 중심으로 초등교사만의 고충과 특별한 ‘생존기술'을 살펴보자.
겨울의 학교는 너무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직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유발하는 교실의 온도. 다음은 교사들의 증언이다.
“난방을 다 틀어주시는데도 발이 얼어버릴 것 같아요. 손이 시려워서 업무는 엄두도 못내요.”
“학교가 너무 추워서 직업에 회의감까지 듭니다.”
“수면양말을 신어도 동창걸린 양쪽 발가락들이 괴로워요.”
“아이들이 과학 실험을 할 때 외투를 입고 있으면 불편하니까 벗으라고 하고 싶지만 추워서 그럴 수가 없어요. 학교가 추워서 과학 실험을 하기 어려운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실내에 있는데 동상, 동창이라는 직업병을 가질 수 있는 교사는 참으로 특이한 직업이다. 다음은 앞에서 소개한 바 있는 페이퍼 크래프트 덕후, 장욱조 선생님(a.k.a 욱조언니)의 SNS에 올라온 내용이다.
과학 실험을 주저하게 만들고, 접착제의 접착력마저 달라지게 만드는 이 공간은 아이들과 교사가 배우고 생활하는 공간, 교사에게는 사무실이기도 한 공간이다. 개선될 그 날을 꿈꾸며 일단은 눈물 닦고 욱조언니의 꿀팁을 좇아 향초를 주문하기로 하자.
“2년 차입니다. 1학년을 맡고 있어서 3월 내내 목을 무리해서 썼더니 성대결절이 되어버렸어요.”
“1학기에는 아무리 조심하려 해봐도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보니, 목이 찢어질 것 같더라고요.”
동창, 동상보다는 조금 더 보편적인 교사직업병이 있으니, 바로 성대결절이다. 이는 성대에 작은 혹이 생기는 질환으로 교사결절(teacher’s nodule)이라 불리기도 한다. 교사와 같이 목소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교사는 2명 중에 1명 꼴로 성대결절을 경험하는데, 저학년을 맡으면 성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밀레니얼 교사들은 연차가 높아질수록 선배들로부터 목관리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자신만의 꿀팁도 개발해 성대 전문가가 되어간다.
“마이크는 필수입니다. 도라지청과 배즙도 매일 먹고 있습니다.”
“용각산이 좋다고 합니다.”
“소리를 크게 내야 할 때는 배에 힘을 주고 말하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가습기를 틀고 자고, 목에 손수건을 감고 다니고, 출퇴근 시 마스크 착용하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 게시판을 통해 성대관리 꿀팁, 심지어 교실에서 사용하기 좋은 마이크 제품명까지 추천받을 수 있으니 이 점 업무 참조 바란다.
음식을 먹으면 배변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자연스러운 일을 부자연스럽게, 또 비밀리에 처리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초등교사 그룹이다. 그들이 학교에서 큰 볼일을 보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켰다가는 자칫 ‘똥교사'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위험이 있다. 배설의 욕구와 명예 사이에서 밀레니얼 초등교사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아이들 모르게 학교에서 똥 싸기'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수업 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 신호가 왔다, 그러면 무조건 참으십시오. 쉬는 시간에 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똥교사'라는 별명을 얻을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휴지를 감고 간다면 아이들은 분명히 ‘선생님이 똥을 쌀거다’ 생각할 겁니다. 그러므로 휴지는 최소화.
똥을 싸다가 아무래도 옆 칸에 학생이 있는 것 같다. 먼저 나가서는 안 됩니다. 똥교사가 됩니다. 아이들이 화장실 밑에서 선생님인가?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학생용 실내화를 내려놓고 다리를 약 30cm가량 들고 배변을 하는 것입니다. 감쪽같이 학생인 척 숨길 수가 있습니다.”
교사영상제작단 ‘뻘짓' 김선정 선생님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즐거운 음악시간, 아이들에게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대해 발표합니다."
아이들은 답한다. 아니, 묻는다. “선생님, 뭘 발표한다고요?”
교사는 답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대해 발표합니다.”
아이들은 묻는다. “선생님, 근데요. 이번 시간에 뭐해요?”
교사는 답한다. “내.가.좋.아.하.는.노.래.에.대.해.발.표.합.니.다"
이런 상황이 무한히 반복되는, 적어도 아이들의 숫자만큼은 반복되는 초등교실. 그래서 웹툰 <초임교사 명심보감> 제 3장은 ‘10번 말해야 10명 알아들음을 잊지 말라' 우리에게 권하고 있다.
밀레니얼 초등교사들이 만든 많은 콘텐츠에서 이 ‘무한 반복 현상'을 다루며, 동료 교사들을 위로하고 있다. 마치 음악을 듣다가 컴퓨터가 렉에 걸려 같은 구간을 반복 재생하듯이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은 교실에서 흔한 일이다. 이를 벗어날 만한 특별한 생존기술은 없으므로, 참쌤스쿨의 <교사동감>, 몽당분필TV ‘나는 오늘 미술수업을 했다’를 보면서 위로를 받고, 나아가 초등교사의 숙명을 인정하도록 하자. 그리고 인내심을 기르도록 하자.
참고자료
‘학기말에 살아남기_분필그릴스', 몽당분필TV, 몽당분필 (바로가기)
‘교사배변훈련’, 3분 노하우, 뻘짓TV (바로가기)
<교사동감>, 참쌤스쿨, 에듀니티
장욱조 선생님 페이스북
<밀레니얼 교사 연구 프로젝트 Hello ME : Millennial Educators> 보고서는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과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 진저티프로젝트가 서로의 가치에 공감하며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콘텐츠의 저작권은 인디스쿨에 있으며 공익적인 목적으로만 활용이 가능합니다. 보고서 전체의 PDF 파일이 필요하신 분은 링크를 통해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