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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Jun 07. 2023

인디뷰_6월호_필요를 보고 자원하는 사람

뷰: 안녕하세요. 인디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디뷰 독자 여러분들에게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현지: 안녕하세요. O현지입니다. 2008년 발령을 받고 14년째 근무하고 있는 교사이고, 인디스쿨에서는 게시판 모니터링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인디스쿨은 2016년 연수팀을 시작으로 2017년 운영진에 합류해서 지금껏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뷰: 선생님의 인디 이력이 조금은 특이한 것 같아요. 저년차 때 인디 활동가로 합류 하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과 달리 선생님께서는 9년차라는, 교사 경력이 꽤 쌓인 시점에 인디스쿨에 합류하셨어요. 9년차 교사면 소위 ‘짬’이라는 게 꽤 쌓인 시점 아닌가요? 웬만한 동기가 아니라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인디스쿨에 합류하게 되셨어요?

현지: 제가 좀 용두사미 스타일이예요. 일 벌이는 거에 별 두려움 없이 일단 하고 보는 스타일? 그리고 ‘아, 이 사람 좀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뭔가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다!’ 싶으면 잘 따라요. 웬만해선 NO를 안 해요. 인디스쿨도 옆 자리 선배 따라 왔어요.


뷰: 당시 옆자리 선생님이 굉장히 멋진 분이셨나 봐요.

현지: 네 그렇습니다. 그때 당시 혁신 학교로 발령이 나서 옮겨 갔는데 같은 학년 부장님이 좀 멋지시더라고요. 평상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도 그렇고, 학교에서 보여주시는 모습도 그렇고, 교육 자료도 많이 공유해 주셨는데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아, 좀 멋있는데?’ 하면서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죠. 그런 분이 “현지쌤 인디 와서 이것 좀 해 볼래요? 저것 좀 해 볼래요?” 하시는데, 그 때마다 한 번도 싫다고 안 했어요. 사람 때문에 온 거죠. 그 전에는 인디스쿨 사용도 잘 안 했어요. 


뷰: 그 전에는 인디스쿨을 모르셨던 거예요?

현지: 알고는 있었죠. 2006년 교생 실습을 나갔을 때 선생님께서 교사가 되면 꼭 인디스쿨에 가입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2008년 첫 발령 받고 나서 바로 인디스쿨에 가입했어요. 그런데 아마 2009년이었을 거예요. 인디 서버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인디에 접속하지 않은 것 같아요. 수업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거든요. 당시 학교 분위기와도 맞물리는 부분인데 첫 발령지가 신설 학교였어요. 신설 학교다 보니 선생님들도 대부분 신규였고요. 그 당시 우리들의 목표는 생존이었어요. 그러다 나중에 선배들이 차게 되면서 구성원이 여럿 되었는데 다들 하시는 얘기가 ‘우리 학교 굉장히 편한 학교다. 여기 만큼 편한 데 없다.’ 이더라고요. 다들 적당히 수업하고, 저녁에 뭐하고 놀지 고민하는 분위기였던 거죠. 수업도 지도서로 충분했어요. 그때는 오히려 인디 보면서 “아 서버 느려! 자료 찾기 힘들어!” 했었죠. 


뷰: “아 서버 느려!”라고 느끼던 2009년 초임 시절과 동료 선생님을 따라 직접 인디에 왔을 때 인디스쿨에 대한 인상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을 것도 같은데요. 어떠셨어요? 

현지: 놀랐죠. 이런 교직 세계가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거든요. 첫 발령지에서 혁신 학교로 옮겼을 때 상반된 교직관에 먼저 놀랐어요. 저는 “얘들아 어디까지 배웠니? 그래 그럼 몇 쪽 펴라.” 하고선 지도서로 수업 하고 영상 하나 보여주는 식의 수업을 했어요. 그러다 학교를 옮겼을 뿐인데 교재 연구를 미친 듯이 하고, 듣도 보도 못한 창의적인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 거예요. 심지어 열심히 연구한 결과물을 “이렇게도 수업 할 수 있더라고요. 저렇게도 할 수 있던데요?” 하면서 스스럼 없이 나눠 주시는 거예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문화가 우리 학교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인디스쿨에서는 계속 일어나고 있었던 거잖아요. 전국구 단위로 이런 문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내가 참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더라고요. 


뷰: 그때를 기점으로 교직에 대한 가치관이나 교직 생활이 많이 바뀌었겠네요.

현지: 엄청 많이 바뀌었죠. ‘내가 경험한 학교가 다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은 게 큰 것 같아요.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수업 연구하는 것도 그렇고, 수업 연구한 걸 동료들과 나누는 것도 그렇고… 많이 받았고 많이 배웠어요. 


뷰: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선생님의 열정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인디에 합류하신 후 새로운 팀을 창설하셨어요. 지금 팀장으로 계시는 게시판 모니터링팀을 신설하셨죠. 아까 ‘어떤 일을 벌이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게시판 모니터링팀은 어쩌다 만들게 되신 거예요? 아, 그 전에 게시판 모니터링팀에 대한 설명을 먼저 부탁드려요. 

현지: 게시판 모니터링 팀은 말 그대로 인디스쿨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는 팀이에요. 게시물을 일일이 검열하지는 않고요. 신고가 들어오거나 이슈가 되는 게시물을 집중해서 모니터링합니다. 일종의 보안관 같은 역할이예요. 게시물 내용에 대한 팩트 체크까지는 저희가 하기 힘들고요. 그만한 인력이 없으니까요. 게시물 내용보다는 타인을 향한 조롱, 비난, 인신공격 등을 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게시물 잠금, 댓글 잠금, 벌점 및 로그인 제한 등 제재를 가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인디스쿨은 커뮤니티 공간이기 때문에 여러 의견이 공존할 수 있지만, 의견이 아닌 비난과 조롱으로 누군가를 해치고 있다면 제재가 필요한 거잖아요. 아, 그리고 인디스쿨 게시판 세부 규칙도 모니터링팀 주도 하에 수정하고 있어요. 물론 운영진의 최종 회의를 거치고 있고요. 


뷰: 게시판 모니터링을 담당할 팀이 필요할 정도라면 당시 인디 게시판에 갈등을 일으키는 게시물이 많이 있었던 건가요?

현지: 이 역사가 꽤 길어서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는 라떼 이야기를 짧게 해보자면요. 당시 인디는 교육, 사회, 정치 등 게시판이 세분화 되어 있지 않았고 자유게시판 하나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한창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대립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였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때 성소수자, 동성애, 종교 이슈가 맞물리면서 게시판 갈등이 폭발한 거죠. 의견을 말할 수야 있지만 그게 서로를 공격하는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어요. 이것 외에도 댓글에 매우 폭력적인 단어를 사용해 회원들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문제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운영진이 너무 소진된다는 것이었어요. 이른 시간이고 늦은 밤이고 수상한 게시글이 올라오면 운영진끼리 소통하는 메신저가 울렸어요. 도대체 이 분쟁을 어찌하면 좋을지 소통은 하지만 결론은 내리기 어렵고, 해당 사안을 두고 오프라인 회의에서 장기 대책 회의를 하게 되는 거죠.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선생님들 피로도가 굉장히 많이 쌓였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생각을 했죠. ‘이건 운영진이 다같이 달려들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전담팀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작했죠. 


뷰: TFT를 꾸리기로 하신 거군요.

현지: 제가 미쳤었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만요. 여하튼 게시판 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래서 운영진 회의 때 말씀 드렸어요. “제가 게시판 규정을 만들어 오겠습니다. 초안을 작성해 올 테니 피드백을 주십쇼. 반영해서 규정 완성하고 띄우겠습니다. 그리고 게시판을 모니터링 하는 팀원을 공개 모집하겠습니다.”


뷰: 운영진 선생님들 반응이 어떠셨어요?

현지: 좋은 환대를 많이 해 주셨죠. 저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해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몇 년 동안 골머리를 앓는 문제기도 했고, 인디스쿨은 본인이 하겠다는 거 말리지 않고, 뭔가 하겠다고 하면 ‘그래 해 봐.’ 하는 스타일이잖아요. 도움도 많이 주셨어요. 정확하게 기억 나지는 않는데 기술연구팀 선생님 한 분이 지인을 소개해주시기도 하셨어요. 다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포지션을 경험한 분이었는데 그 분 통해서 자문도 얻고, 컨설팅도 받았어요. 그걸 토대로 지금의 큰 틀을 잡을 수 있었어요. 감사하죠. 


뷰: 팀원을 공개 모집으로 뽑겠다고 하셨는데 팀원 모집엔 어려움이 없으셨어요?

현지: 처음에 다섯 분인가 여섯 분 정도 모집이 되었어요. 일단 “6개월 한 번 해 봅시다.” 하고 6개월 모니터링을 한 거죠. 6개월이 지나고 팀원 분들에게 여쭤봤어요. “더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한 분 남으셨어요. 지금 운영진에 계시는 OO 선생님요. 다시 6개월 단위의 팀원을 모았죠. 6개월 지나고 팀원 분들에게 또 여쭤봤어요. “더 하시겠습니까?” 역시 한 분 남으셨어요. OO 선생님요. OO 선생님은 게시판 모니터링팀이 신설되던 때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쭉 함께하고 계시는 분이예요. 그래도 지금 팀원들이 가장 길게 합을 맞춰온 멤버이기는 한데, 모니터링팀은 멤버 유동이 좀 있는 편인 것 같아요. 


뷰: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다른 팀에 비해 멤버 유동성이 높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현지: 글쎄요. 모니터링팀으로 들어온 분들이 힘들어 하시는 부분이 업로드 된 게시글을 판단해야 한다는 거예요. 


뷰: 뭔가 아이러니하네요. 이 게시글이 타인을 해치는지 해치지 않는지,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비방하는 건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게 모니터링팀 업무의 핵심일 텐데 말이죠. 타인을 칭찬하거나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닌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뉘앙스를 띄는 글을 읽고 판단을 하는 것일 테니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현지: 맞아요. 정말 애매한 뉘앙스를 띈 글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글을 계속 읽고 있는 것도 힘들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도 힘들어요. 보통 팀을 그만 두시는 이유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하기 때문인데요. 저 같은 경우 게시판 모니터링 업무를 하면서 사이버 수사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어요. 그분들은 각종 악성 댓글이며 불법 촬영물이며, 잔인한 영상 등 온라인 상에서의 범죄를 발견하고 잡아내시잖아요. 그 전엔 몰랐어요. 욕을 읽는다고 마음이 이렇게 고통스러워질 줄이야… 저에게 하는 욕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욕하고 싸우는 것을 계속 보고 있으면 영혼이 소진되는 것 같아요. 모니터링 업무를 하다 보면 마음이 정말 많이 상해요. 그래서 너무 힘들면 얼마 동안 게시판을 보지 않기도 하고 그래요. 나름 쉬어 가는 거죠. 지금 모니터링으로 수고해 주시는 분들은 꽤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좀 무던해 지신 것 같은데 팀에 처음 합류하면 충격 받으시는 선생님들이 꽤 계세요. 


뷰: 직접 보지 않아서 어떤 글들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모르지만, 저 같은 일반 이용자들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인디를 볼 수 있는 데에는 게시판 모니터링팀의 기여가 숨어 있는 것이네요. 영혼이 소진된다고 하셨는데 그것 말고 다른 고충이 또 있을까요? 

현지: 테러의 위협…? 실제로 모니터링팀 계정으로 욕 메일이 많이 와요. 쌍욕도 있고, 인신 공격도 있고 하는데, 이제 뭐 그냥 넘겨요. 저희는 양쪽에서 욕을 먹는 답니다. 왼쪽에 계신 분들은 인디가 오른쪽 편을 든다고 욕하시고, 오른쪽에 계신 분들은 왼쪽 편을 든다고 욕하세요. 진짜 쌍욕 메일을 보내세요. 특정 단체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오면 한쪽에서는 “왜 혐오 글이 올라오는데 막지를 않느냐?”며 항의 메일을 보내오고, 한쪽에서는 “왜 특정 단체를 비판하면 안 되느냐?”라고 항의 메일을 보내 옵니다. 양쪽에서 욕을 먹으니 참 배가 부릅니다. 


뷰: 모니터링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기술연구팀의 도움이 크다고 들었어요. 

현지: 맞아요. 지금 모니터링팀이 있기까지 5할 이상은 기술팀의 기여 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모니터링 기능이랄 게 없었어요. 화면을 일일이 캡처해서 자료를 남기고, 벌점 기록을 하나하나 작성해야 했어요. 악성 댓글이 100개면 100개가 다 담길 때까지 화면을 캡처하는 거죠. 말 그대로 노가다였어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피로도도 너무 컸죠. 밀리면 답도 없었고요. 간편한 시스템을 기술연구팀 선생님들이 구현해 주셨어요. 저희가 모니터링 업무에 필요한 것들을 기술연구팀에 요구했거든요. ‘이런 게 너무 힘듭니다. 이런 기능이 필요합니다.’ 요구했는데, 인디 사이트를 개편할 때 저희가 요구한 기능을 다 넣어 주셨어요.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요. 모니터링을 계속 할 수 있는 것도, 이전보다 팀원들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기술연구팀이 개편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몰라요. 


뷰: 지난 3월 호에서 기술연구팀 선생님들을 인터뷰했을 때 승희 쌤이 모니터링 선생님들을 언급하신 게 기억나네요. 모니터링팀 선생님들의 수고를 어느 정도 코드로 대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신다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요. 

현지: 저희가 기술연구팀 선생님들에게 요구도 많이 하고 물어 보는 게 많아요. 협업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요구하고 받기만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즉각즉각 답변도 잘 해주시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뷰: 선생님께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좋지 않은 것을 많이 보시잖아요. 타인을 비방, 조롱하는 글들은 게시판 모니터링팀이 생기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올라오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스쿨이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기능을 넘어서 지금과 같은 커뮤니티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현지: 그럼요. 여러 이유를 들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는 교직에 있는 사람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의 간극을 들어 설명할 수 있어요. 일단 초등학교 선생님을 바라보는 사회의 고정화된 시선이 있어요. 물론 거기엔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선생님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넌 교사잖아.” 라는 말 뒤에 “넌 방학 있잖아. 넌 퇴근도 일찍 하잖아. 애들이랑 있는 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이니.” 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요. 요즘엔 “요즘 선생님들 왜 그렇게 아동 학대를 많이 하니? 애들을 왜 그렇게 괴롭히니? 공부는 학원에서 하면 되지 요즘 선생님들 수준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니니?” 같은 소리도 듣고요. 교사들에겐 일반 시민들과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간극을 하소연 할 곳이 필요해요. 우리들만 알고 있는 서운함, 억울함, 고통 같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한 거죠. 

또 같은 교직 안에 있어도 세대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른 것 같아요. 모두가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선배 선생님들 중에서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선생님이 애들을 위해서 이 정도도 못하니?” 같은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거죠. 인디는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공간이잖아요.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생기기도 하고 공감이 오가는 거죠. 

그리고 제 생각이지만 ‘인디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교직에서 열심히 해 보려는 분들이 아닌가’ 싶어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자료를 올리거나 다운을 받기 위해서 인디를 이용하는 이유가 클 거잖아요. 적어도 그런 마음으로 인디를 찾는 분들이 많을 테니까, 그리고 교사 인증도 받은 사람들이니까 믿고 교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왜냐면 다른 커뮤니티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생님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교대 갤이랄지 초등 갤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인디는 교직이라는 본분을 열심히 해 보려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는 곳이니까 다른 커뮤니티와 차별화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힘들기도 하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선생님들이 소소하게 일상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디는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대나무숲이라고 생각해요. 


뷰: 선생님이 보시는 요즘 인디 라운지나 게시판 분위기는 어떤 것 같으세요?

현지: 5월호에서 웅비쌤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요즘은 ‘빨리 교직 탈출을 해야 한다. 돈 받은 만큼 일 하는 거다. 애쓸 필요 없다.’ 식의 의견이 주류인 것 같아요. 이런 목소리는 계속 있어 왔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 아이들에게 이런 말 들었어요. 학부모들에게 이런 거 했어요. 지금 좋은 것 같아요.’ 하는 글도 많았거든요. 요즘 이런 글 올리면 소위 ‘너만 참교사니? 참교사 병은 전염병.’ 같은 반응을 받아요. 요즘 교직 사회가 힘든 것은 맞아요. 지난 번 연수에 갔을 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선생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월급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본인 때에는 월급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대요. 집값이 싸니까요. 그런데 지금 후배들을 보면 불쌍하대요. 그때보다 월급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으니까요. 이런 환경에서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고, 교직에 대한 회의감도, 비관하는 마음도 당연히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요. 하지만 그게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을 비아냥거릴 이유가 될 수는 없죠. 교사 처우가 열악하고 법과 제도에 시정할 부분이 있다는 점에 깊게 공감하지만, 그게 열심히 교직생활 하시는 선생님들을 비하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거죠. 주로 2년 정도 기간으로 게시판 주제 흐름이 바뀌는 걸 느끼거든요.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게시판 흐름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비합리적인 교직생활을 바꾸는 일엔 그것대로 열심히 힘을 모으고, 아이들과 열심히 학교 생활 하는 건 그것대로 인정받는 흐름으로 바뀌면 좋겠네요. 


뷰: 선생님은 인디스쿨 게시판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현지: ‘그랬구나.’ ‘그렇구나.’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저는 ‘네 말이 맞아. 네 생각이 옳아.’ 하고 말 해주는 게 공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감은 ‘그랬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그랬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니? 난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것도 공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은 내 생각과 다르면 ‘넌 내 편이 아니야. 너는 옳지 않아.’ 식의 사고 양상이 강해진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요. 조롱, 비난, 공격 없이 생각의 다름이 허용되는 공감의 공간이요. 예를 들어 어떤 선생님은 교직에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선생님은 회의감을 느끼실 수도 있는 거죠. 각 처지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또 어떤 선생님은 A라는 정치 색깔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어떤 선생님은 B라는 정치색깔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죠. 상대방을 무시하고 조롱하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대나무숲 처럼요.  


뷰: 누구보다 인디스쿨을 유의 깊게 보고 계시니 인디스쿨을 바라보는 비전이 있으실 것 같아요.

현지: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교가 작아질수록 인디스쿨 역할이 커질 것 같아요. 아이들이 줄어 들수록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특색과 이해가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이들을 뭉뚱그려서 생각할 수 있었는데 지금 저희 반 아이들만 생각하더라도 ‘우리반’으로 생각되기 보다 한 명 한 명 떼어서 생각 하게 되거든요. 앞으로는 아이들에 대한 사례를 더 세부적으로 나누게 될 것 같아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세밀해 져야 하고, 학부모님들은 더욱 민감해지고 있으니 민원은 더 많아지겠죠. 교사 인원 수는 줄지만 교사들끼리 연구하고 정보를 나누는 영역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교사들의 사례 나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같은 실생활에 관한 것들이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나요? 이런 아이도 있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같은 것들? 교장 선생님한테도 얘기하기 힘들거든요. 수업 자료의 경우 출판사 자료라든지 개인 SNS를 통해서도 받아볼 수 있으니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경험 지식에 대한 필요가 더 높아질 것 같고, 인디가 그걸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지 않을까 싶어요. 


뷰: 게시판 모니터링팀 창시자를 모셨다 보니 인디스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이야기를 해버렸네요. 많은 수고를 하고 계시는데요. 힘들지만 이 활동을 통해 선생님에게 일어난 성장이나 긍정적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현지: 글쎄요. 인디엔 훌륭한 선생님들이 워낙 많이 계시니 제 전문성은 그저 정족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요즘엔 이것도 잘 못 해서 미안한 마음이 크네요. 그래도 한 가지 ‘성장하고 있구나’ 느끼는 것은 내 것을 나누는 데 자연스러워졌다는 거예요. 인디는 공짜로 나눠주는 걸 잘 하잖아요.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서로서로 돕기도 하고요. 저도 몇 개 되지는 않지만 인디에 자료를 올리기도 하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제 교육 방법이나 자료, 경험 등을 나누는 데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동료 선생님들을 향한 표현도 자연스러워졌고요. ‘잘 하고 계세요. 훌륭하시군요.’ 같은 칭찬이나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같이 일해서 좋네요.’ 같은 긍정적 피드백 같은 거요. 인디 내에서 선생님들과 교류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인디 문화에 젖어 든 것 같은데 긍정적인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뷰: 운영진과 망실대회를 준비하고 여러 선생님의 사례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경험을 나누고, 필요가 있으면 팀을 만들 정도로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선생님의 기여 덕에 인디스쿨이 얻는 유익이 크네요. 앞으로 쭉 모니터링팀의 수장으로 자리를 지켜 주실 계획인가요?

현지: 글쎄요. 앞으로도 인디에서 계속 활동을 하게 된다면 앞에 나서는 포지션 보다는 뒤에서 젊은 선생님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어떻게 서포트를 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그려본 건 아니지만,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네요.

 

뷰: 어떤 옷으로든 인디스쿨과 함께 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해요. 마지막으로 인디스쿨에 한 마디 하신다면요? 

현지: 하… 힘들다 인디… 그래도 끊을 수 없는 존재…ㅎㅎㅎ…


[밑줄 각주]

망실대회: 참고 포스팅 https://brunch.co.kr/@indischool/17 (망실대회1), https://brunch.co.kr/@indischool/20  (망실대회2)


2023. 05. 11. (목)
O현지, 신다희,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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