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여인숙에서
생각할 때 있지. 잠에서 깨면 여긴 집이 아니라 그저 잘 못 들른 여인숙일지 모른다고. 만난 사람, 들은 이야기 다 그저 비 내리는 점심 마셨던 데킬라처럼 진득한 망상일 지도 모른다고. 처방받은 그대로 하고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자 나는 기어코 세상을, 삶을 그저 잘 못 든 낡은 여인숙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거지. 깨어서 드는 잠. 내가 서른의 중턱을 넘어서는 마지막 속임수. 이제부터 삶은 처절한 돋을새김일거야. 열심히 속던지 핏줄같은 하루하루 제 멋대로 흐르라고 내버려 둘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