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에 대해
김관식이 <서경>을 우리말로 풀어놓았을 때, 미당의 처제를 "나 당신 아니면 죽겠어"하고 아내 삼았을 때, 단지 고까운 문단 선배들을 농락하려 나이를 속이던 그때, 나는 김관식이 제 삶을 펜 삼아 문학
한 건 아니었나 싶다. 선배 제위를 휘두른 그가 후배에게 하대는커녕 농 한 번을 삼갔다는 건 어제보다 내일이 중하단 걸 알았다는 거다. 오지 않은 날이, 살지 않은 삶이 온통 그리움이 되어서 닥칠 때, 비로소 시도 소설도 된다는 걸 그 술꾼은 취중 어느 한 때에 돈오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