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아이들의 원격 수업이 진행되기 전,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거의 매일 스타벅에서 책을 보고, 공부도 하고 한 덕에 스타벅스에서 이벤트로 하는 다이어리를 두 개나 받았다. 회사에 다닐 때, 회사에서 지급하는 다이어리를 항상 사용하곤 해서 일정을 스마트폰에 정리하는 것보다는 다이어리에 정리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보나 마나 낙서나 할 게 뻔한데 나의 소중한 다이어리를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
주말에 와이프와 운동 삼아 중심가까지 걸어가고는 한다. 운동 후, 교보문고에 갔는데 내년도 다이어리를 많이 팔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쓸만하게 있나 봤는데 서점에는 무미건조한 형태의 다이어리 밖에 없다. 그래서 와이프가 인터넷에서 귤 장식을 한 다이어리를 찾아서 사줬다. 딸내미 말로는 1월 1일부터 열심히 쓴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몇 장의 낙서 말고는 내년까지 저 상태로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
와이프가 애들에게 사준 귀여운 다이어리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닐 때 다이어리를 꾸미는 게 한창 유행인 적이 있었다. 영화 포스터 엽서를 사서 중간중간 끼우기도 하고 스티커나 액세서리를 사서 다이어리를 꾸미고는 했다. 그때 한창 인기 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엽서 구하러 돌아다닌 기억도 있다. 너무 소녀 감성인가?
글을 쓰면서 올해, 작년에 사용한 회사 다이어리를 한 번 펴 봤다. 온갖 회의와 일정으로 다이어리는 꽉 차있었고 가족들과의 일정은 군데군데 생일과 휴가 일정 정도였다. '아~ 이 정도로 내가 회사 중심으로 살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먹고살기 위해서 회사를 다니는데 내 삶의 무게 중심은 가족이 아니라 회사에 쏠려 있었던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마 많은 아빠들이 이런 생각으로 살았었고 지금도 살고 있지 않을까?
가족들과 생활을 하기 위해 회사의 월급이 필요하고 그 회사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 아니면 좀 더 잘 나가기 위해? 회사 위주의 삶이 반복되고 그 반대급부로 가족과의 사이는 멀어지고... 그리고 고생을 하고 퇴직한 후에 가족과의 거리를 줄여보고 싶은 마음에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지만 갑작스럽고 서툰 행동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슬픈 얘기지만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나에게는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지금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오늘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밖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집에 있다. TV 보고 게임하려는 아이들과 책이라도 좀 보라는 나 사이에 조금의 투닥거림은 있지만 TV 보면서 저네들끼리 키득거리는 모습까지도 이뻐 보이는 오늘이다. 아이들과의 거리를 더욱 좁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