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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드라 Dec 20. 2020

아빠! 배고파, 우문현답

우문현답

 애들한테 항상 하는 잔소리 중 하나는 '자기 전에 이 닦아!'이다. 애들이 잠자러 가려는 낌새만 보이면 하는 잔소리 중 하나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이 닦는 건 잘 잊어버리고 그냥 자곤 한다. 그 덕분인지 어금니 두 개가 썩어서 금니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말썽이었다. 이 밑에 염증이 생겨서 잇몸까지 문제가 있어서 이를 뽑아야 했다. 그래서 7월쯤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이를 하나 뽑고 잇몸이 회복될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임플란트를 하기로 했다.

 

 저번 주에 잇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치과를 갔는데 염증이 아직 남아있어서인지 잇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서 절개를 해서 잇몸 안쪽을 확인하고 인공뼈를 집어넣어야 임플란트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 치과를 가서 치료를 했다. 시작 전에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길어야 20분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마취하고 염증 제거하는 치료만 거의 1시간 넘게 받았다. 염증이 심해서 다 제거해야 하느라 임플란트는 하지도 못했다. 염증 제거 후 인공뼈만 집어넣고 꿰매고 집으로 왔다. 의사 선생님도 이렇게 염증이 심한 경우는 처음 보신다고 하셨다.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이 '때'라는 것이 있다. 어떤 시기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다. 그 '때'라는 것을 놓친다고 해서 아예 그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잘 없지만 '때'를 놓치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 때에 따라서는 더 많은 돈을 투자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이 잘 닦고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면 이른 나이에 임플란트와 잇몸 염증이라는 결과가 오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가끔 아이들한테는 하라고 잔소리하면서 정작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불만을 가지겠지? 아빠는 그렇게 안 하면서 아빠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는 그런 행동을 강요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 머리로는 이성적 판단을 통해 아이들에게 특정 행동을 하도록 하지만 정작 내 생활 습관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아이들에게 아빠의 말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아이들이 크면 반발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모든 이상적인 행동을 부모가 모두 모범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글 쓰면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애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다. 가령 아빠는 이를 제대로 닦지 않으면서 아이한테 이 닦으라고 하면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우리 큰딸이 나한테 쿨하게 대답한다.


 '뭐 상관없는데. 어차피 자기 관리 자기가 하는 건데 뭐, 아빠가 닦으라고 해서 닦는 거 아니야.'


 우리가 걱정하는 문제의 답은 생각보다 간결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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