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배고파

첫 번째 일요일

by 인드라

예전 TV에서 '개그 콘서트'가 시작하면 프로그램은 재미있는데 기분은 조금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랬었고... 다음날 학교나 직장에 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조금 답답해지고 기분도 조금 우울해 지곤 했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이 나는 나의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월요일의 걱정이 없는 일요일이었다. 이토록 걱정 없는 일요일 저녁이라니... (학교 다닐 때 방학은 제외하고)


월요일 걱정이 없는 일요일 아침은 날씨까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엄마와 아침 운동으로 걷기 시작했다. 강변을 따라 잘 정비되어 있는 산책길을 걷다가 커피 한 잔 마시러 스타벅스에 들렀다.


20200705_083004.jpg 일요일 아침의 상쾌한 스타벅스에서


운동을 좀 많이 해도 괜찮을 분위기와 컨디션이어서 오전 내리 걷고 시내 중심가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다.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 끝에 오랜만에 베트남 음식을 먹기로 했다.


20200705_114315.jpg 베트남 음식점에서


볶음밥과 분짜 그리고 쌀국수까지... 베트남 음식은 많이 먹어도 살 안 쪄~!

재작년 베트남 다낭에 갔을 때 너무 잘 놀고 온 기억이 있어서 올초에도 여행 예약을 다 해놨는데 코로나가 똭~!

sticker sticker

눈물을 머금고 비행기와 호텔 등 여행 예약 취소하는데 몇 백만 원이 들었던 아픈 기억이 쪼금 났다.


식사 후, 집에 돌아오니 욘석들은 아빠, 엄마 없는 틈을 타서 하루 종일 TV 보고 탭으로 게임하고 있었다. 주말에 너무 집에만 있는 듯하여 밖에 나가자고 하면 잘 안 가려고 하는 아이들. 이럴 때는 다이소 갔다가 커피숍 가서 맛있는 거 먹자고 하면 거의 대부분 따라나선다.


그리하여 다이소에 가서 소소한 장난감 하나씩 집어 들고 집 앞에 있는 카페로 고고~!


카페에서 각자 마실 음료 주문하고 아이들은 새로 산 장난감 삼매경에 빠지고 아빠, 엄마는 도란도란 얘기하고.


20200705_183413-2.jpg 카페에서 각자 먹는 스타일도 가지가지
20200705_185831.jpg 다이소에서 산 클레이 장난감으로 만든 딸내미 작품


이런 일상의 행복함이 이전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육아 휴직 후, 첫 휴일이라 더욱더 배가 된 기분이다. 내일 출근해서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일요일 오후가 이렇게 즐겁지 만은 않았으리라~


내가 휴직을 정확히 얘기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생각한 결정적 계기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집에까지 가지고 오고 있는 나 자신을 봤기 때문이다. 별것도 아닌 일에 아이들에게 화내고 짜증 내는 나 자신이 더 이상 제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니 같이 살아가면서 화내지 않고 짜증 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원인이 아이들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면 그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아니기에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의 행동과 말은 판단하면 안 된다. 아이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상을 알아가고 배우고 있는 중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이기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화를, 짜증을 아이들에게 쏟아내는 것은 정말 최악의 부모이다. 좋은 것만 주고,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내 목숨 같은 아이들에게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나면 아이들에게 부정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서 나 자신에게도 자괴감 말고는 남는 것이 없다.


이런 일상에서의 여유가 나 자신을 좀 더 단련하고 보듬어주는 영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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