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기가 집에 온 지 이틀 째 날이다. 어젯밤에는 예상은 맞아떨어졌으며 잠을 단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오전 일곱 시에 눈을 떠서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아홉 시에 산후도우미께서 오셔서 우리 부부가 번갈아 쉴 수 있었다. 어젯밤을 꼬박 새웠다고 이야기하자 산후도우미께서는 그건 산후조리원 퇴원하고 예방 접종을 하며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거라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그런 특수한 이유가 아니라 신생아를 돌보려면 수면교육이 되는 마법의 백일 이전까지는 매일이 어제와 같겠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굳이 산후도우미 분께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상주 산후도우미가 안 오기에 오늘도 밤을 새울 것 같다는 주간의 확신은 야간인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음으로 내가 맞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뿌듯하며 동시에 씁쓸하다. 과연 이런 일상은 언제까지일까.
루틴을 만든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아기를 돌봄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수확이 있었다. 기록을 철저히 하니 아기가 언제쯤 배가 고프고 언제쯤 배설을 할지 예상이 되어서 미리 준비를 하다 보니 아기가 느낄 불편함의 리드타임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리드타임이 줄다 보니 울음도 줄어들어 아기가 느낄 힘듦과 더 나사가 이웃에 대한 걱정도 줄어드니 다행이었다. 노하우를 습득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럴 인내심도 맷집도 없는 나는 적은 표본으로 통계를 추정하여 강제로 루틴을 만드는 현재 방향성이 한결 나은 것 같다.
정확히 누적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루틴은 식사와 배설까지 만들 수 있었다. 아기가 배고프다고 칭얼거릴 거라 예상되는 시간 전에 미리 분유를 중탕하여 대기하다 아기가 깨면 바로 먹이고, 트림을 시킨다. 밥을 먹을 때 또는 트림을 시킬 때 배설을 하기에 미리 보일러로 따듯한 물이 나오게 워밍업을 시킨다. 배설을 확인하고 기저귀를 벗기고 따듯한 물로 씻기고 새 기저귀로 자연스럽게 갈아주는 것까지는 성공하였다. 그 후가 문제다.
루틴을 찾고 있다
놀아주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겠으나 재우는 것은 아직 너무 힘들다. 아기가 조금만 더 커도 보다 격렬하게 놀아주어 쉽게 재울 수 있을 건 같은데 신생아다 보니 놀아주는 것이 너무 제한적이다. 다리와 발을 마사지해주거나 팔을 조심스레 돌리는 것이 한계다. 그림 동화책을 보여주며 읽어주려 시도했으나 오분 내로 울음을 터뜨려 어쩔 수 없이 공갈젖꼭지를 물려야 했다.
수유 인터벌은 정확히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반면 수면 인터벌은 아기의 기분에 따라 대중이 없다. 오늘 낮, 아내의 말로는 내가 잠들자마자 아기도 바로 쓰러져 잤다고 하는데 혹시 아기가 학창 시절의 나를 닮아 올빼미형은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 만약 그렇다면 복직을 했을 때 잠은 언제 잘 수 있을까 하는 당연한 걱정이 말이다.
복직... 할 수 있겠지
이제 겨우 육아빠가 된 지 이틀 째인데 복직에 대한 염두를 하는 것이 웃기지만, 막연히 육아를 위해 커리어를 중단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실존한다. 의식적으로 금방 재취업하여 일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심어주려고 하지만 그게 단단한 기반 위에 있는 자신감인지는 막상 미래에 가봐야 알 수 있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정한 타임라인은 아기의 백일이 지나는 팔월에 재취업을 하지였지만 오늘처럼 전 직장에서 근무하던 상사의 잡 오퍼가 오면 내 빈약한 자신감은 흔들리기만 한다. 직장인 여성들이 출산을 한다면 이런 고민은 당연한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