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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Aug 18. 2023

미친짓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잖아

한여름의 바닷가

오랜만에 집에서 머무는 토요일

오전에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왔는데 생각보다 집이 시원하다.

그대로 거실 바닥에 누웠다.

늘상 깔아놓는 요가매트 위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 하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잠깐 졸다 전화소리에 깨서 통화를 하고는 다시 누워 뒤척뒤척

오후에 뭘하려고 했더라.


한없이 늘어지려는 몸을 일으켜 집안일을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사용한 컵들이 주방에 주르륵 모여있다.

세탁기에 수건 빨래를 모아 동작시키고 나는 설거지를 시작한다

냉장고속 오래된 음식들도 꺼내 버리고 용기들까지 설거지를 끝낸 후에는


이제 쓰레기를 버릴 차례

날이 더우니 금새 날파리들이 생겨난다

이 날파리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나에게는 늘 미스테리다. 그리고 풀려하지 않는다


바닷가 해변 산책이 몹시도 하고 싶어 졌다.

길거너 아파트 사는 친구에서 톡을 날렸다.

‘뭐해?‘

’12시간동안 침대랑 한몸이 되어 있어.. 미쳤지?‘

‘주방서 일좀 했더니 개땀나..’

‘난 가만있어도 겨땀나..’

’ㅎㅎ 대천갈래? 나 바다가서 걷고싶어.. 미쳤지?‘

’엉..이 폭염에?‘

’5시쯤 출발하면 도착할때 쯤엔 열기가 식지 않을까? ‘

’그래 가자‘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 얼음을 가득 채우고,

쪄서 냉동실에 얼려둔 옥수수를 꺼내 찜기에 찐다

입가에 미소가 실실

이거 신나네

미친짓일지 아닐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바다 번개. 이거 좀 신나는 일인데

돌아오면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고 헤어지면 좋겠지?

… 라고 머릿속에 생각들이 떠나니며 외출 준비를 한다.


시원스레 뚫린 길을, 아주 빈번히 속도감시 카메라들과 마주하며

한시간 반정도 주욱 달려 도착했다.


아! 지금 해수욕장 성수기 시즌이지.. 게다가 여기는 머드축제 기간.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가, 생각해보니 한여름에 대천바다에 와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대천에 왔을땐 늘 여름이 아니었다. 봄, 가을 아니면 겨울

이렇게 뜨거운 한여름에 바다에서 보낸다는 생각은 최근 몇년동안 잘 안해본것 같구나.


솔밭사이 촘촘히 늘어선 텐트들과 그 사이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아저씨, 청년들, 물에 홀딱 젖은 아기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해변에는 해수욕장 운영본부가 설치되어 있고

 곳곳에 안전요원들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날아다니며 안내방송을 하는 드론이라니..

그런 생경한  상황에 조금 어색해하며 우리는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하늘은 한없이 푸르고 쨍한데다, 마침 시간은 해가 질무렵이라 바다와 가까운 하늘에서는

태양과 구름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뭐라해야할까..

시작하는 연인이라면 바로 이런 하늘아래 데이트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

저 빛나는 구름처럼 사랑도 뭉게뭉게 피어날것만 같다.


서해바다의 모래는 아주 곱다.

파도가 한번 밀려왔다 가고나면 물기가 슥 빠지면서

발에 닿는 그 점토같은 모래의 감촉이 부드럽고 단단하다.

기분도 좋고 걷기에도 좋게 만들어 준다.

‘촉감이 너무 좋지않아?’ ‘그치’ 우리는 몇번을 반복하며 찰방찰방 해안가를 마냥 걸었다.


해변 곳곳에 쌓여진 모래성과 그 모래성을 쌓느라 파여진 웅덩이들을 지나고,

마냥 바다로 달려드는 아가와 아기를 잡으러 쫒아가는 그 아빠를 지나고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바다의 석양을 카메라에 담는 언니들을 지나고

흥에 겨워 몸을 유연하게 놀리는 외국인 청년과 그를 영상으로 담는 또다른 청년,

또 그들을 바라보며 왜 부끄럼움은 나의 몫인가 하며 웃기만 하는 친구들

서로를 의지해 걷는 노부부, 여자친구들, 남자친구들, 수 많은 가족들을 지나고 지나며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한없이 이어지는 해변을 그렇게 걷고나니


다리가 슬슬 아프다

만보쯤 걸었을까? 오천보 밖에 안되네

‘우리 그리 미친짓은 아니었지?’

‘기분전환해서 좋았어’ 친구가 좋아했다. 다행이다.


지상으로 올라와 발을 씻고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

시원한 바닷 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후끈한 열기가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온다.


‘둘이 오셧어요?’ ‘안에 엄첨 시원해’ ‘강아지 봐드릴게요’, ‘아기 봐드릴게요’, ‘조개드시고가~’‘

이번엔 짭조름한 조개구이 냄새와  관광객들을 향한 호객의 손길들을 지나고

군데군데 들려오는 버스킹 공연단의 노랫소리를 지나며

주말저녁 해수욕장의 성수기 한복판을 관광객인듯 아닌듯 스쳐가본다.


일상을 벗어나, 더위를 피해 드넓은 바다의 품에 안긴 그들

바로 여기에서 행복을 찾은 듯 보였다


내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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