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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 중독자 Mar 08. 2020

살인자의 초상



윌리엄 호가스, ‘사라 말콤’, 1733, 스코틀랜드 내셔널 갤러리, 에든버러
 
 #1. 윌리엄 호가스는 사라 말콤이 교수형 당하기 이틀 전에 감옥으로 사형수를 직접 찾아가 만난 뒤 초상화를 그렸다. 이 초상은 (윌리엄 호가스 자신과 다른 판화가들에 의해) 여러 버전의 판화로 제작되었고, 불티나게 팔렸다. 
 #2. 사라 말콤은 1733년 2월, 자신을 가정부로 고용한 나이 든 과부와(칼로 목을 찔러서) 역시 그 집의 하인이었던 여성 둘을(목을 졸라서) 죽인 혐의로 체포되었다. 절도 혐의도 있었다. 재판에서 사라 말콤은 세 명을 살해한 것이 인정돼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사라는 사형 집행 전, 절도죄는 인정했으나 살인 혐의는 부정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는 루머도 있었으나 그녀는 사주한 이의 이름을 대진 않았다. 

사라 말콤, 윌리엄 호가스의 유화를 보고 제작한 판화, 1733, 국립 초상화 갤러리, 런던

 

 #3. 윌리엄 호가스는 18세기 영국의 사회 문제에 관심 많은 판화가이자 화가였다. 

 이 작품을 비롯한 그의 여러 판화가 큰 성공을 거두자 해적판이 나돌았는데, 호가스는 이에 분개해 이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도록 의원들을 설득했고, 판화가를 위한 저작권법이 만들어졌다. 1735년이었고,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하는 첫번째 법률이었다. 


 #4. 사라 말콤은 어려서부터 거친 환경에서 자라 범죄수법을 일찍부터 익히고 내면화한 냉혈 살인자인가, 남의 물건에 손 대는 버릇을 못 고치다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일을 저지른 딱한 처녀인가. 무엇이건 간에 여성 살인자라는 이유로 세간의 주목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것은 확실하다. 



윌리엄 호가스, 자화상, 1745, 테이트 브리튼, 런던  


#5. 화가 윌리엄 호가스가 자신의 퍼그 ‘트럼프’ 와 함께 등장한 자화상. 개와 주인은 닮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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