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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Apr 07. 2021

소리의 생명

눈을 뜨고, 귀를 열면 충만해진다

타닥타닥 아침이면 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아! 비가 오나보다, 이슬비인가” 하고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분명 빗소리가 맞는 것 같은데, 비는 아니다. 잠깐 다른 볼일을 보다가 혹시나 해서 창밖을 내다보니 나무 쓰레기를 태우는 소리가 불 꽃 속에서 살아나듯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소리라, 비가 내리면 마음이 축축해진다. 움푹 파인 웅덩이에 물 고이는 소리, 식당 앞 얄팍한 양철 계단에 후두두 떨어지는 소리는 고향을 떠올리게 만든다. 갑자기 잊고 지냈던 향수가 찐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초가집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양철 계단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나의 귀를 간질간질 간지럼을 태운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면 보드라운 나뭇잎의 난 끝은 힘없는 사람처럼 축축 내려가, 다시금 활기를 찾고, 꽃잎에 앉으면 바로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같은 하늘 아래 내리는 비지만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그 소리도, 모양도 속도도 달라짐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솔가지에 떨어지면 괜찮을까. 무성한 풀잎에 떨어지면 서로 보듬어 오래 간직할 수 있을까. 민들레처럼 풀풀 날리는 꽃에 떨어지면 온 가족이 그냥 자멸하고 말겠지. 빗소리가 청아하고 단아하게 들릴 때는 언제일까.


어느 작가는 밤중. 한밤중에 듣는 빗소리가 가장 좋다고 평한 걸 본 적 있다. 과연 밤비 내리는 소리가 가장 마음을 적시는 방법일까. 

    

목이 터져라. 이른 아침부터 울어대는 닭들의 울음을 들으며, 목이 쉬도록 왜 저리 울어댈까. 사람들은 닭의 울음을 듣고 날이 새고 있다고들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닭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울어댄다. 그래서 사람들이 ‘머리가 나쁜 닭’이 라고 할까.

     

아무튼, 아침마다 아침을 깨우고 잠을 깨우는 그 익숙한 소리가 싫지는 않다. 귀는 닭의 울음에 길들고 마음은 푸른 초원 위에 살포시 눕듯 편안함에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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