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보호하려는 마음

요구르트를 나눠 주며

by 나를 아는 사람

산은 계절에 따라 숨김없이 보여주고 보여준다. 봄에는 겨울을 견디고 이겨낸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예쁜 꽃들이 보란 듯이 고개를 내민다, 여름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잠깐잠깐 쉬어갈 수 있게 그늘을 내어주고, 가을엔 바람에 못 견디고 떨어진 수북한 낙엽이 쌓여서 바스락 거림을 만든다, 겨울엔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내려앉는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 뽀송한 눈은 투명한 얼음꽃으로 변한다. 얼음꽃은 주변 환경과 기온이 딱 맞아떨어져야 볼 수 있다. 어떤 날. 그 얼음꽃으로 변한 산의 능선에 서 있다면 그건 행운이다. 아름다움의 결정체다. 솔잎은 사이사이에 밀가루를 바른 듯 뭉툭뭉툭해진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지고 힘없는 풀들은 꺾이기 시작한다. 움직임을 정지한다. 자연은 피하지 않고 맞선다.


사람들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다시금 산을 찾게 되는지 모르겠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을 짊어지고 찾는다. 운동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생각 정리, 꿈을 향한 준비 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 깊은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참고 인내해야 오를 수 있는 산. 내려오면 다시 올라가는 산. 쉽게 내어 주지 않는 정상.


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어나면서 산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용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산길에 버려진 마스크를 자주 본다. 버리는 것뿐 아니라 나뭇가지에 보란 듯이 양쪽 끈으로 매달아 놓기도 한다. 자랑인지, 장난인지 알 수 없는. 자연을 보호 하자는 거창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산이 좋아서 찾아간 그 마음으로 아끼고 보호하면 좋을 텐데.


관심을 기지고 찾아보면 명산은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산책하기 좋은 산들이 많다. 몇 주전 자주 가던 동네 산을 오를 때 평소와 달리 등산로가 유난히 깨끗해서 이상 하다고 생각했다. 멧돼지의 흔적 같진 않은데 빗자루로 쓸어낸 듯 깨끗했다. 멧돼지가 그랬을까, 바람이, 그것도 아니면 누가? 궁금증만 남았다.

낙엽을 쓸어낸 고마운 손길


잠깐 휴식을 취하는 중에 옆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등산로에 쌓인 낙엽을 치우는 분이 계시다고. 마침. 하산길 막바지에 그 분과 마주쳤다. 어르신 한 분이 산을 올라가면서 스틱으로 등산로의 낙엽을 일일이 풀숲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냥 오르기도 힘들 텐데 대단하다 싶었다. 배려심이 많은 그분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이번 주에는 또 다른 산을 산행했다. 남편과, 동생 셋이서 재밌는 얘기도 하고 맑은 공기 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는 길. 우리와 마주 보고 걸어오던 남자 한 분이 봉투에 수북이 담긴 요구르트 중 몇 개를 꺼내어 주셨다. 주시면서 산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 달라고 했다. 책임감, 요구르트를 받는 대가로 쓰레기를 주으라는 말이죠 하며 기쁘게 받았다.

요구르트=쓰레기 버리지 않기


산은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은 산을 좋아하면서도 훼손한다. 다행인 것은 산에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면서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작은 실천이지만 그 실천들이 모여서 산이 깨끗해진다면 좋은 일이다. 산 지킴이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고 서로의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는 것. 산을 찾는 우리 모두가 산 지킴이가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