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갑, 주우면 안돼!

후회할거야

by 나를 아는 사람

약속을 위해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집을 나선다. 약속 장소까지 걸어서 가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 발걸음이 뛰는 건지 걷는 건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아파트 내리막 길을 급하게 내려가는데 발길을 붙잡는다. 보지 말았어야 했다.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야 했다. 그건 바로 지갑. 두툼한 지갑이 차도 한가운데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저 아래에선 벌써 차량이 비탈길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냥 두면 지갑이 승용차 바퀴에 바로 뭉개질 것 같아서. 차마 두고 그냥 가지 못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들어가서 냉큼 집어냈다. 오지랖이다. 줍지 말았어야 했는데. 순간. 어디에 맡겨야 하나 갈등했다. 생각하다 어쩔 수 없이 사무소로 선택했다. 사무소로 가려면 현재 서 있는 곳에서 건물과 건물을 빙 돌아서 가야 했다. 헉헉대며 뛰었다. 줍지 않았으면, 가던 길 그대로 갔으면 좋았을걸.


사무소로 가는 도중 머릿속이 복잡했다. 지갑을 줍긴 주웠는데 요즘엔 혹시 없어진 물건이 있으면 덤터기를 쓴다는 말이 생각났다. 일단 지갑을 들고 있는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사무소에 도착해서 약속 때문에 빨리 가야 하니까 알아서 지갑 주인 좀 찾아 달라고 맡겼다. 사무소 상급 직원인듯한 사람이 옆 직원에게 내 전화번호를 받아 적으라고 했다. 이제 끝났죠 하고 나왔다.


약속 장소로 서둘러 가는데 현금 확인을 하지 않아서 기분이 좀 그랬다. 혹시나 현금 액수가 맞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다. 전화번호까지 적어서 그런지 더 그랬다. 역시나 이래저래 시키지도 않은 일 때문에 약속 시간에는 늦어 버렸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전, 후 얘기를 듣고 다들 이해한다고, 잘한 일이라고 했다.


다음날. 지갑 주인에게 지갑이 잘 전달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사무소에서도, 지갑 주인에게서도. 퇴근 후 사무소에 확인차 들렸더니 주인이 찾아갔다고 한다. 밖으로 나왔다. 사무소 측이나 지갑 주인이나 이해가 안 됐다. 물건이 주인에게 건네 졌으면 둘 중 한 군데에서는 연락을 해야 정상 아닌가.


전화번호는 왜 적었는지 모르겠다. 고마움보다 혹시 지갑 속 사라질지 모르는 물건 때문에 적었단 말인가.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주인을 찾지 못한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마음 지워 버리고 싶다. 처음엔 무슨 사정이 있어서 연락을 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날 밤, 다음 날, 그 후에도 연락은 없었다.


가족들은 말한다. 다음부터는 길에 떨어진 물건은 절대 줍지도, 관심도 두지 말라고 한다. 괜히 신경만 쓰인다고.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우리와 같지는 않다고.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참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괜한 오지랖으로 시키지도 않은 일 해서 기운 빼고 마음까지 상해 버렸다. 지갑 주인이 이 얘기를 듣는다면 '누가 주워 달라고 했냐'며 되려 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찾아 헤맸을 마음을 걱정했을 뿐인데. 세상이 참. 세상이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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