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찬다. 넘치기 직전이다. 가득 차니까 든든해진다. 마음에 든다. 아주 작은 컵 하나를 얻었다. 얻었다기보다는 강제로 뺏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컵이 귀엽고 앙증맞아 탐이 났다. 아직 줄거란 말을 듣기도 전에 난 손으로 컵을 움켜 잡았다. 이제부터는 내 거야 하는 식으로 챙긴다. 컵 주인은 웃으며 딱 커피 한 잔 마시면 딱 맞을 거라며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맞아 종이컵 대신 사용하면 되겠다 싶다. 한 잔의 커피와 약간의 물을 마실 때 사용하연 쓸모 있을 것 같다. 씻어서 쓰면 되니까 종이컵 사용도 줄이고 아무튼 마음에 든다.
실제로 믹스커피 한 잔에 사용될 물 양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작은 잔에 시험에 본다. 우선 종이컵에 일반 커피믹스를 탈 정도의 물을 받은 뒤 다시 작은 컵에 담는다. 이번엔 커피믹스를 붓고 물을 종이컵에 채운 뒤 다시 작은 컵에 따른다. 종이컵에 커피를 탔을 때는 반 정도의 양이 작은 컵에 넣으니 가득 찬다. 오오 좋다. 부족함 없이 채워져 있는 모습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넘칠 정도는 아니다. 약간의 비움을 둔 채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채워진다.
순간, 이 삼한 느낌이 든다. 컵이 작다는 느낌보다는 채워졌다는 느낌으로 봤더니 컵의 크기가 달리 보인다. 분명 작은 컵인데 일반 머그잔 한 잔의 커피의 양 같아 보인다. 알겠다. 모자람 보다는 차라리 넘치는 게 낫다는 생각예서 나온 것 같다. 크기나 모양 상관없이 가득 채우면 뭔가 든든한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에서 큰 컵에 반쯤의 양은 늘 모자란 느낌이 들고 작은 컵에 가득 한잔은 만족스러운 것 같다.
얼마 전 티브이로 봤던 작은 밥그릇이 생각난다. 당뇨 치료 중인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일반 밥그릇에 부으면 얼마 되지 않는 밥이지만, 작은 밥그릇에는 밥이 가득 찬다. 든든한 밥 한 공기다. 적게 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적게 떠서 꼭꼭 씹어 먹으니까 밥 먹는 시간은 비슷할 것 같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똑같은 양을 담아도 그릇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그 양이 달라 보일 수 있으니까. 채움과 비움은 마음먹기에 따라,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맞는 것 같다.